[ 황정수 / 도쿄=서정환 기자 ] 원·달러 환율이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연내 금리 인상’ 발언으로 급등(원화 가치 급락)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는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금융지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옐런 의장이 연내 금리를 인상하겠다고 한 뒤 서울외환시장이 처음 열린 26일 원·달러 환율은 10원90전 오른 달러당 1101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종가 기준으로 달러당 11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달 1일(1102원40전) 후 35거래일 만이다.
달러는 글로벌시장에서도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해 세계에 풀린 달러를 거둬들이기 시작하면 달러값이 오를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이날 도쿄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달러당 122.8엔까지 상승(엔화 가치 하락), 2007년 7월20일 이후 7년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옐런 의장의 발언으로 앞으로 국제금융시장의 가격 변수 움직임과 자금흐름을 잘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연내 금리 인상’ 발언에 대해 ‘국내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소식’이라고 평가하며 이주열 총재의 발언을 거들었다. 코스피지수는 26일 0.12% 떨어진 2143.50에 마감하며 지난 22일 급등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상무)는 “미국 금리 인상 시점이 더욱 구체화된다면 채권시장 등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며 “더 큰 문제는 미국 금리 인상이 중국 증시에 영향을 줘 중국의 경기회복이 더뎌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연내 금리 인상이 유력시되면서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 여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선 한은이 9월께로 예상되는 미국 금리 인상 이전에 기준금리를 한 차례(0.25%포인트) 더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은이 부진한 수출, 2%대 성장률에 대한 경고 등을 무시할 수만은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 총재도 이날 “수출이 연속 4개월째 감소했고 5월에도 20일까지 지표를 보면 4월과 비슷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규모가 43%에 달할 정도로 수출 의존도가 크다 보니 수출 부진이 한국 경제 전체에 영향을 주는 정도가 클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공개적으로 2%대 성장률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상황에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은이 금리 결정 때 전문가 의견을 참고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쉽게 꺼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날 경제동향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부실 가계부채의 구조조정이 기업 구조조정보다 어렵고, 가계부채가 거시경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국계 금융회사의 이코노미스트는 “이 총재가 ‘내수가 완만히 개선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기준금리 인하에 소극적인 한은의 입장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기준금리를 내리는 것이 경기회복에 도움이 될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가계부채는 (한은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정수 기자/도쿄=서정환 특파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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