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익 기자 ]
![](http://www.hankyung.com/photo/201505/2015052790841_AA.10016163.1.jpg)
지난 26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마 시인은 아버지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편도 비행기 표만 들고 미국으로 건너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버지가 돌아가신 탓에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며 울먹였다.
표제작을 비롯해 그의 시집에는 ‘마흔 둘’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그는 “여러 모양의 초록이 막 신나는 늦봄에 마흔두 개가 툭 튀어나왔다”며 “42는 메이저리그 흑인 야구선수 재키 로빈슨의 등번호로, 미국 사람들에게는 상징적인 숫자”라고 설명했다. 마이애미에서 헤밍웨이가 살았던 키웨스트까지 연결된 다리의 개수도 42개다.
시력(詩歷) 50년을 훌쩍 넘긴 마 시인은 “나이를 먹으면 시를 천천히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전 작품에 비해 시가 조금 길어진 것은 시인으로서의 역량이 떨어져 가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겸손히 말했다. 그러나 그가 묘사하는 삶의 풍경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여전히 건강한 시적 긴장감을 준다.
이번에 완간된 마해송 전집에 그는 큰 애정을 보였다. 마 시인은 “동화뿐만 아니라 수필을 포함한 전집을 내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씻은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이전에 출간된 1~7권은 동화집이고 8~10권인 편편상 전진과 인생 아름다운 새벽에는 수필이 실렸다. 일제강점기, 6·25전쟁 등 혼란스러운 시대였는데도 어린이와 아동 인권, 문화예술 전반에 걸친 그의 지성적 면모가 상세히 드러나 있다.
마 시인은 “아버지 덕분에 피란지에서도 책을 많이 읽었다. 책장에 책이 꽂혀 있는 것만으로도 화려한 생활이라 할 정도로 가난한 시대였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아버지 이야기를 하는 내내 그의 눈은 촉촉이 젖어 있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한경스타워즈] 1위 누적수익률 100% 돌파, 참가자 전체 누적수익률은 40% 육박
[이슈] 30대 전업투자자 '20억원' 수익 낸 사연...그 비법을 들어봤더니
[특집_가계부채줄이기] '그림의떡' 안심전환대출 포기자들, 주택 아파트담보대출 금리 비교로 '반색'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