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관광 허용 뒤 일자리 3만개 생겼다

입력 2015-05-28 21:51  

외국인 환자 100만명 돌파…6년간 연 평균 35%씩 증가
외국인 환자 1명이 쓴 진료비만 208만원
"투자개방형 병원 허용땐 부자 환자 더 온다"



[ 고은이 기자 ] 외국인 환자 유치가 허용된 2009년 이후 국내 병원을 찾아 치료받은 외국인이 100만명을 넘어섰다. 이로 인해 생겨난 국내 일자리는 지난해 3만개에 달한 것으로 분석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한국에서 치료받은 외국인 환자는 26만6500여명이며 올 들어서도 10만명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28일 발표했다. 지난 6년간 국내 의료서비스를 이용한 외국인 환자는 누계 기준으로 100만명을 넘었다.

정부는 의료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2009년 5월 의료법을 개정, 금지돼 있던 병원의 환자 유치를 외국인에 한해 허용했다. 외국인 유치가 허용된 첫해 6만여명이던 외국인 환자는 연평균 34.7% 급증했다. 외국인 환자의 국적도 2009년 141개국에서 지난해 191개국으로 늘었다.

지난해 한국에 온 외국인 환자를 국적별로 보면 중국인이 가장 많았다. 중국인 환자는 7만8000여명으로 전체의 29%를 차지했다. 다음은 미국(13%) 러시아(12%) 일본(5%) 순이었다. 진료과목별로는 내과를 찾은 환자가 7만9000여명(29.5%)으로 가장 많았?성형외과(14%) 건강검진(13%)이 뒤를 이었다.

외국인 환자가 한국에서 쓴 돈도 많아졌다. 지난해 외국인 환자의 1인당 평균 진료비는 208만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200만원을 넘어섰다. 전년보다 11.8% 증가했다. 지난해 외국인 환자들이 쓴 총 진료비는 5569억원. 2009년부터 6년간 진료비를 합치면 약 1조5000억원에 달한다.

1억원 이상 진료비를 사용한 고액 환자는 지난해 210명으로 전년(117명)보다 80% 늘었다. 국적별로는 아랍에미리트(UAE·평균 1537만원) 카자흐스탄(413만원) 러시아(349만원) 순으로 1인당 진료비가 많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관광으로 인한 관광, 숙박비 등 부대 효과가 더 클 것”이라며 “환자가 가족과 함께 국내 병원을 찾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는 32만명, 2017년엔 50만명까지 외국인 환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글로벌 헬스케어산업 경제적 파급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 환자 유치로 지난해에만 2만9600개의 신규 일자리가 생겨났다. 의료업뿐만 아니라 교통, 숙박, 음식, 통역 등 다른 서비스 분야에서도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일반적으로 외국인 환자 25만명당 평균 2만8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 정부 목표대로 2017년 50만명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면 5만6000개의 신규 일자리가 생기는 셈이다.

현재 법으로 막혀 있는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이 허용될 경우 해외 환자 유치 효과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의료법상 국내 의료법인은 첨단기기를 도입하거나 신규 시설에 투자를 하려고 해도 주식이나 채권 발행이 불가능하다.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의료서비스 질 개선이나 일자리 창출에 사용할 수 없다는 얘기다. KDI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 시 한 해 최소 1만명에서 최대 3만7000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계했다. 세계 외국인 환자 유치 시장에서 한국의 경쟁력이 강화되는 것은 물론이다.

정부는 국회에 계류돼 있는 국제의료사업지원법부터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전하게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는 의료기관 등에는 세제 혜택과 같은 인센티브를 주고, 불법 브로커에겐 과태료를 매길 근거가 되는 법이지만 여야 간 이견으로 처리가 미뤄지고 있다.

배병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외국인 의료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유치기관 평가와 우수 유치기관 지정, 불법 브로커와 거래한 의료기관 제재 등이 필수”라고 말했다.

■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주식회사처럼 일반 투자자에게서 자본금을 조달해 운영하고 수익금을 투자자에게 되돌려주는 형태의 수익추구형 의료법인. 주요국 중에선 한국 일본 네덜란드 등 일부 국가만 금지하고 있다.

세종=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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