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으로 목표치를 할당하는 정부의 탄소 배출권 규제로 기업들이 외국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는 28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주관으로 열린 정책 토론회에서 “경제적 고려 없이 탄소 배출권 규제를 강행하면 기업을 해외로 내보내는 ‘탄소 누출’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 4월29일 한국경제신문
탄소 배출량 규제에 기업 비명…“미·중·일도 안하는 데 우리만 시행해 경쟁력 약화”
☞ 국내에서도 올해부터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본격 시행됐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시장원리를 이용해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제도다. 국가가 한 해동안 배출할 수 있는 탄소 총량을 정한 뒤 이를 개별 산업과 기업별로 할당, 이 배출권리를 사거나 팔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할당받은 탄소 배출권보다 탄소를 덜 배출하면 시장에 팔 수 있고, 반대로 탄소를 더 배출하면 시장에서 배출권을 사야 한다.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이처럼 좋은 의도에서 시행됐지만 기업들은 아우성이다. 왜 그럴까? 기업들이 지적하는 가장 큰 문제는 할당받은 탄소배출 총량이 현재 실제로 내보내는 탄소배출량보다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부(환경부)는 우리나라 탄소배출권 총량을 올해부터 2017년까지 3년동안 해마다 5억여t씩 총 16억8000만t으로 정해 이를 각 기업별로 할당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탄소배출량을 2017년까지 20% 줄여야 한다. 이에 대해 반도체, 철강, 자동차, 전력 등 탄소배출권을 할당받은 525개 업체들은 할당량이 너무 적어 비용 부담이 엄청나다고 호소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반도체·철강 등 25개 업종 단체는 ‘공동성명’까지 발표, “정부의 의지와 정책 방향엔 공감하지만 배출 가능한 할당량이 너무 적다”며 “2017년까지 최소 20억t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출권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이 탄소를 초과 배출하려면 과징금을 내야 한다. 한국은 t당 10만원 범위 내에서 탄소배출권 평균 가격의 3배를 과징금으로 부과하고 있다. 현재 시장 가격이 t당 1만500원임을 고려하면 과징금은 t당 3만1500원이다. 반면 일본에서 강제로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는 사이타마현에서는 과징금이 아예 없다. 중국도 배출권 평균가격의 3배를 과징금으로 부과하지만 탄소배출권 거래 가격이 낮아 과징금은 한국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2017년까지 27조5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비용은 고스란히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에 전가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우리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은 크게 떨어지게 된다.
기업들이 지적하는 또 한가지는 탄소 배출이 가장 많은 미국과 중국은 국가 차원의 배출권 거래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도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지 않는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자는 취지다. 현재 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과 뉴질랜드·카자흐스탄 같은 38개국에서 제도를 시행 중이다. 하지만 배출량이 많은 10대 국가를 보면 한국과 독일에서만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기업들은 소송을 제기하거나, “이럴 바에야 국내 대신 차라리 외국에 공장을 짓자”는 소리가 나온다. 영상 디스플레이 업체의 한 임원은 “2017년까지 정부가 할당한 배출량을 맞출 수 없어 6000억원의 과징금을 내야 할 판”이라며 “배출권 비용 부담이 제품 가격에 반영되면 액정표시장치(LCD) 국산 제품과 중국산 간 가격 차이가 ㎡당 7000원에서 300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우려했다. 시멘트업체인 쌍용양회는 업체들과 연대해 정부를 상대로 “배출량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달라”는 행정소송까지 냈다.
탄소 배출권거래제는 이명박 정부 시절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 따라 추진됐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황이 급변해 ‘글로벌 스탠더드(국제 표준)’와는 거리가 먼 ‘갈라파고스 규제’가 됐다는 게 산업계 주장이다. 황진택 고려대 그린스쿨대학원 교수는 “선진국에 온실가스 감축 의무 부담을 규정한 교토의정서 효력을 2020년까지 연장하는 과정에서 미국·중국은 불참하는 등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현재 국제적으로 2020년 이후 적용될 신기후체제의 협상이 진행중이다. 유동헌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온실가스는 환경문제만이 아닌 경제 이슈”라며 “우리가 실제로 이행할 수 있는 탄소 감축량과 그에 따른 비용, 성장잠재력에 대한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기후체제에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가 가격제한폭 확대
다음 달 15일부터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가격제한폭이 현행 ‘±15%’에서 ‘±30%’로 확대된다. 1998년 이후 현행 수준에서 유지되던 가격제한폭이 17년만에 갑절로 확대되면서 국내 증시의 활력이 높아지고 효율적인 가격 결정 구조가 자리잡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하지만 증시의 변동성이 높아져 ‘개미’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5월18일 한국경제신문
주가제한폭 ±30%로 확대…“합리적 주가 형성 도움”…“증시 변동성 확대될 것”
☞ 우리나라 증시는 하루에 주가(주식의 가격)가 움직일 수 있는 등락폭을 상하 일정한 가격의 범위내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를 가격제한폭이라고 한다. 현재 가격제한폭은 ±15%이다. 예를 들어 어떤 종목의 주가가 1만원으로 거래를 마쳤다면 다음날 이 종목의 주가가 움직일 수 있는 범위는 1만원±1500원(1만원의 ±15%)이다. 즉 하한가 8500원에서 상한가 1만1500원까지다.
이처럼 가격제한폭을 두는 것은 주가의 급등락을 억제하고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17년만인 6월 15일부터 ?제한폭이 현재의 두배인 ±30%로 확대된다. 즉 전날 1만원으로 거래를 마쳤다면 다음 날 1만원±3000원(1만원의 ±30%)의 범위내에서 주가가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하한가는 7000원, 상한가는 1만3000원이 되는 셈이다.
주가제한폭 확대에 대해선 우려와 기대가 엇갈린다. 우선 시장의 정보와 재료, 기업가치가 주가에 신속히 반영돼 가격기능이 효율화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KRX) 관계자는 “가격제한폭이 확대되면 기업의 가치 변동이 주가에 신속하게 반영될 수 있다”며 “시장의 효율성과 건전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작전세력의 불법 거래(시세조종)에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게다가 하루 주가 변동폭이 최대 60%에 달하게 돼 비이성적 폭등·폭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행 가격제한폭 아래서는 주가가 반토막이 되기까지 5거래일이 걸린다. 하지만 가격제한폭이 30%로 확대되면 이틀 연속 하한가를 맞을 경우 주가가 바로 반토막이 나고, 나흘만에 4분의 1 수준으로 폭락할 수 있다. 변동성이 심한 코스닥 종목과 중소형주에 주로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손해가 순식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는 것이다. 또 큰 가격 변동 폭을 노려 단기간에 과실을 따먹으려는 ‘단타 매매’가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거래소와 금융당국은 부작용에 대비해 주가가 급등락하는 경우 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서킷브레이커 제도를 강화했다. 지금까지는 코스피지수가 전일보다 10% 이상 하락하면 20분간 거래정지시키던 것을 내달 15일부터는 코스피지수가 전일보다 8%, 15% 이상 빠지면 20분간 거래를 중단 쳔같?20% 이상 하락하면 아예 장을 종료하는 3단계로 발동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현재 미국, 유럽은 증시에 가격제한을 두지 않는다. 일본, 중국, 대만 등이 ±7~22%의 가격제한폭을 운영하고 있다. 공원배 현대증권 연구원은 “가격제한폭이 확대되면 ‘묻지 마 투자’를 특히 경계해야 한다”고 전했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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