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소매시장 트렌드도 '빌려 쓰는' 쪽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카쉐어링 서비스의 원조인 미국의 '집카(Zipcar)', 모바일 차량예약 서비스 '우버(Uber)' 그리고 숙박 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AirBnB)'등 공유경제 기반 업체가 급성장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트렌드분석 전문가 그레이스 일러스는 최신 소비행태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프랑스 저택을 에어비앤비로 하룻밤 200달러에 빌릴 수 있으니 별장을 살 필요가 없어요. 우버가 있으니 개인 운전사를 고용하지 않아도 되구요.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을 사는 것보다 '스포티파이(미국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 가입해 어디서나 듣는 게 훨씬 매력적이죠."
심지어 패션 업계에도 '무소유' 흐름이 들이닥쳤습니다. 옷이나 액세서리를 빌려 쓰고 시즌이 지나면 반납하는 서비스가 인기를 끄는 겁니다. 2009년에 설립된 '렌트 더 런웨이(Rent the Runway)'가 대표적입니다.
렌트 더 런웨이는 '중요한 날'에 입을만한 비싼 유명 디자이너 드레스를 대여해 주는 서 洲볜?시작했습니다. 지금은 회원 5백만명을 보유하고 기업가치 약 6억달러로 평가받는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점차 사업범위를 넓혀 평상복이나 액세서리도 빌려주고 있습니다.
렌트 더 런웨이는 작년 7월에 무제한 대여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매달 99달러(약 11만원)만 내면 가입기간 동안 3개의 중저가 브랜드 옷이나 액세서리를 맘대로 바꿔 가며 빌려 쓸 수 있습니다. 소유에 집착하지 않는 젊은이들을 노린 서비스입니다. 20대 후반의 고학력 전문직 여성이 주 고객층이라고 합니다.
일러스는 "패션업계는 재고를 털때 아울렛 판매에만 집중한다"며 "소유보다는 저렴한 대안을 원하는 '밀레니얼 세대(미국에서 1982~2000년 사이에 태어난 신세대를 일컫는 말)'의 취향을 포착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합니다.
유사한 서비스가 한국에도 있습니다. 정장을 대여해주는 비영리단체 '열린옷장'입니다. 안 입는 정장을 기증받아 면접에 입고 갈 마땅한 옷이 없는 청년들에게 빌려줍니다. 비용은 3박4일에 2만원입니다. 평소 40~50명, 대기업 공채땐 하루 70~80명이 찾는다고 하는군요. 아직 한국에 렌트 더 런웨이 방식의 무제한 대여 서비스는 들어와있지 않습니다.
한국 사회에도 돈벌이나 사회적 성취에 큰 관심이 없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들은 '체념세대' '달관세대' '포기세대'등 다양한 말로 불립니다. 일본에서는 이들을 '사토리세대(さとり世代)'라고 부릅니다. 사토리는 '깨달음, 득도'라는 뜻을 지닌 일본어로, 마치 득도(得道)한 것처럼 욕망을 억제하며 산다는 뜻에서 비롯된 명칭입니다.
그러고 보 ?언젠가부터 '포기하는 것'이 전 세계 청년들의 공통적 코드가 된 것 같네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skyu@hankyung.com (끝)
한경+는 PC·폰·태블릿에서 읽을 수 있는 프리미엄 뉴스 서비스입니다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