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예진/진명구 기자 ]
정부는 시행령 등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수정 요구를 담은 국회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무엇보다 정책이 소수 이해 당사자들의 입김에 좌우돼 결과적으로 대다수 국민의 피해로 돌아갈 것으로 우려했다.
정부 관계자는 31일 “국민의 부담을 완화하고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소비자와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도 소수의 이해 관계자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국회가 이를 받아들일 경우 국민의 피해로 돌아갈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표적인 사례로 부동산 중개수수료 인하를 꼽았다. 정부 시행령으로 정하는 중개수수료 인하와 관련해 정책의 수혜는 대다수 소비자에게 돌아가지만 중개업자들의 국회 로비로 시행령에 제동이 걸릴 경우 소비자들의 피해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시행령을 놓고 국회 관련 상임위원회 간 의견이 다르면 서로 충돌하는 하위 법령 수정 지시가 양산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법제처 관계자는 “환경규제처럼 경제 논리와 환경 논리가 다툴 땐 상임위 간 시각이 정반대로 부딪칠 수 있다”며 “국무회의 등 정부 내에서 조정절차를 거친 사항에 대해서도 상임위 간 서로 다른 시행령 수정 지시가 내려가면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4월 마련된 ‘지역특구법 개정안’의 경우 관계 부처 의견 수렴을 거치고 관련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음에도 환경노동위원회가 차단해 무산된 적이 있다.
경제 부처 한 관계자는 “지금처럼 위기 국면이나 긴급한 재정이 투입돼야 하는 상황에서는 정부가 시행령에 근거해 신속하고 탄력적인 정책 수단을 펴야 할 일이 많다”며 “국회가 법률에 근거해 시행령을 사사건건 문제삼는다면 정책 추진 동력이 약화돼 위기를 장기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예컨대 재해예방사업의 경우 신속한 조치를 위해 국가재정법 시행령에 ‘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한다’고 돼 있지만, 국회가 이를 수정할 경우 제때 재해 예방이 이뤄지지 못해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법률에서 상한을 설정하고 시행령에서 구체적인 수준을 정하는 대부업법 금리나 예금보험료율도 정치적 논리가 개입되면 시장원리에 어긋난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행정력이 낭비되는 결과도 나타날 것으로 정부는 우려했다. 행정자치부의 한 관계자는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 간섭이 심해지면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할 때에도 법률 개정과 비슷한 절차를 거쳐야 해 소요 기간이 장기화되고 법 시행이 지연돼 행정력이 낭비되는 사례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진/진명구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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