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수출 한국'] 선박 33%↓ 철강 19%↓…10대 수출품, 반도체·휴대폰 빼고 다 추락

입력 2015-06-01 20:44  

5월 수출, 5년9개월래 최대폭 10.9% 감소

지구촌 곳곳서 '고전'
미·중·EU 등 나란히 감소…물량 줄고 수출단가 급락

'버팀목' 반도체마저…
4.8% 늘어 증가세 둔화…베트남 현지생산 많은 휴대폰 수출도 '위태'

웃지못할 40개월 무역흑자
수입이 더 큰폭으로 줄어 원고 '부채질'→수출 감소



[ 김재후 기자 ] 한국 경제를 지탱하던 수출이 흔들리고 있다. 올 들어 수출이 감소세로 전환한 뒤 감소폭은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 대부분이 부진하다. 금액기준으로 주력 수출 품목 10개 중 8개의 수출이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중국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중남미 중동 독립국가연합(CIS) 등 전 지역에 대한 수출이 1년 전보다 줄었다.


○최대 수출품목 반도체도 ‘흔들’

수출 감소세는 모든 품목, 전 지역으로 확산됐다. 금액 기준으로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 10개 중 전년 대비 4.8% 늘어난 반도체와 26.6% 증가한 무선통신기기를 제외하곤 모두 수출이 감소했다.

일반기계(-3.5%)를 비롯해 자동차(-7.9%) 석유화학(-22.8%) 석유제품(-40.0%) 선박(-33.4%) 철강(-19.2%) 평판디스플레이(-6.0%) 자동차부품(-13.7%)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자동차 수출 감소로 중소기업이 많이 종사하는 자동차부품의 수출은 더 큰 타격을 입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엔화와 유로화가치 하락으로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됐고, 유가 영향을 받은 러시아 중동 등에서 국내 완성차 업체가 고전했다”며 “이에 따라 국내 완성차회사의 해외 공장으로 나가는 국내 자동차부품회사들의 수출 물량도 함께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나홀로 한국 수출을 지탱하던 반도체는 1년 전보다 4.8% 증가한 51억4000만달러를 기록해 선전한 것으로 집계됐지만, 1월(13.3% 증가)을 정점으로 줄곧 상승세가 둔화되는 조짐이다. 지난달 갤럭시S6와 G4 등의 신제품이 출시되며 수출이 26.6% 뛴 것으로 집계된 무선통신기기도 신제품 출시 후엔 베트남 등 현지에서 대부분 생산하는 구조여서 증가세가 이어지긴 힘들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흑자행진과 원高의 악순환

수출도 줄었지만, 수입은 더 줄었다. 완연한 ‘불황형 흑자’의 모습이다. 이에 따라 통관기준 무역흑자는 63억2000만달러로 40개월째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올 들어 5개월간 쌓인 무역수지 흑자는 364억달러로, 이미 지난해 전체 무역수지 흑자(474억달러)의 77%에 이른다.

2012년 1월 이후 40개월간 무역흑자로 한국에 유입된 돈은 1582억9400만달러에 달한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의 해외직접투자(FDI)로 빠져나간 금액은 900억달러를 조금 웃돈다. 40개월간 한국에 순수하게 유입된 금액이 700억달러에 육박한다는 계산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무역 흑자로 쌓인 돈이 원화가치를 높이고, 원화가치 상승이 한국의 수출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 산업부가 예상한 무역흑자는 작년보다 9.7% 늘어난 520억달러지만, 이 추세대로라면 산업부의 올해 목표보다 훨씬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국내 수출 가격마저 낮아지고 있다. 물량기준 5월 수출은 3.1% 줄었다. 금액기준 감소율(10.9%)보다 감소폭이 작았다. 수출에서 제값을 못 받고 있다는 얘기다. 석유제품(37.5% 하락)과 석유화학(18.8% 하락) 등 유가 하락으로 가격이 떨어진 제품도 있지만, 디스플레이와 시스템반도체 가전제품 등에서도 단가가 크게 떨어졌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 1582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175조6000억원. 2012년 2월부터 40개월 연속 무역흑자 행진으로 쌓인 달러 외화 액수. 무역흑자가 늘어 국내에 달러가 많아지면 원화가치는 오른다. 원화가치 상승은 한국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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