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세계명상대회

입력 2015-06-02 20:39   수정 2015-06-03 05:30

조선시대 당취(黨聚)라는 조직이 있었다. 숭유억불 정책에 따라 승려의 지위가 땅에 떨어지자 떠돌이 중들이 모여 만들었다. 집단화하다 보니 몰려다니며 수행승이나 학승을 괴롭히기도 했다.

그런데 이 당취가 세력이 강할 때는 불교의 감찰단 같은 역할도 했다. 사회적으로 큰 잘못을 저지른 중이 있으면 당취 승려가 체포해 금강산까지 끌고가 절벽에서 밀어뜨려 죽였다. 그런데 절벽 앞에서 반드시 행하는 마지막 의식이 있었다. 선문답이었다. ‘개에도 불성이 있는가’ 하는 식의 화두를 던졌다. 이 선문답에서 잡혀온 이가 당취승려보다 고승임이 확인되면 살려주었다. ‘깨달은 사람’에 대한 존중이다. 깨달음의 경지에 오르기가 그만큼 어렵다.

불교에서 개인적인 깨달음을 중시하는 것이 선종(禪宗)이다. 중국 선종은 남북조시대 인도에서 건너온 달마대사로부터 시작됐다. 수행에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참선이 주로 이용된다. 가만히 앉아 화두를 붙잡고 몰입하거나, 번뇌와 잡념을 없애는 마음공부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요즘 쉬운 말로 하면 명상이다.

명상의 가치는 이미 입증됐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명상에 빠진 일은 유명하다. 빌 게이츠도 매년 1주 정도는 ‘생각 주간’으로 정해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명瓚?한다.

긍정심리학에선 명상을 행복추구활동으로 본다. ‘몰입(flow)’ 전문가인 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는 “어떤 일에 집중해 다른 생각 없이 몰입할 때 문득 행복해지는 순간이 온다”고 강조한다. 수년 전 그를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는데, “몰입이 참선과 뭐가 다르냐”고 묻자, 그는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사찰생활을 경험하는 템플스테이가 인기를 끌고 ‘힐링(치유)’이 시대의 코드가 되면서 명상의 가치는 더 많은 조명을 받고 있다. 다만 명상이 개인적인 수양을 중요시하는 만큼 대중화하기에는 한계가 적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한계를 뛰어넘어 명상올림픽이라 불릴 만한 행사가 7월 우리나라에서 열린다. 7개국 고승들이 한자리에 모여 명상을 지도하는 ‘세계 7대 성자 명상대전’이 그것이다. 스님과 재가불자 등 3000여명이 1주일간 휴대폰을 모두 반납하고 침묵수행을 하는 명상힐링캠프도 연다고 한다. 수천명이 한 군데 모여 명상을 한다는 점에서 아이러니도 느껴지지만, 예전 같으면 수만리 길을 찾아가도 만나기 어려울 고승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것이니 가슴 벅찬 이벤트일 것도 같다. 고승들이 이 시대 한국 사회에 던질 화두는 무엇일까.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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