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소르망 "한국, 선별적 이민제도 도입 고민할 때"

입력 2015-06-02 21:15   수정 2015-06-03 05:07

유럽·日 모델은 참고사례 안돼
필요인력 산정 '새로운 길' 가야



[ 나수지 기자 ] “한국은 지속적 경제성장을 위해 선별적 이민제도 도입을 본격적으로 고민할 때다.”

세계적 석학이자 문명비평가인 프랑스의 기 소르망 전 파리대 정치학연구소 교수(71)는 2일 세계경제연구원과 한국무역협회 주최로 서울 태평로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조찬 강연회에서 “경제활동 인구 감소와 고령화 추세는 경제성장률과 직접적 상관관계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여성 인력 활용 강화와 이민자 도입 두 가지를 꼽았다.

그는 “이민자를 선별 없이 받아들인 유럽과 이민자 유입에 부정적인 일본 모두 한국의 참고사례가 될 수 없다”며 새로운 길을 가라고 권고했다.

소르망 전 교수는 “기업가, 행정가들이 머리를 맞대 이민을 통해 보충해야 할 노동력이 얼마나 되는지 실태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연간 합법적으로 수용 가능한 이민자 수를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 인력 활용에 대해서는 현재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출산·육아 지원 등 일과 가정 양립정책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복지제도와 관련해선 유럽 모델을 따르지 말고 한국식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권고했다. 소르망 전 교수는 “과도한 복지는 유럽식 저성장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보편적 무상복지보다는 복지를 필요로 하는 개인에게 꼭 필요한 복지를 선택하게 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 방법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가 바우처 제도다. 그는 “무상으로 교육이나 주택을 제공하는 것보다 개인이 원하는 곳에 쓸 수 있는 바우처를 제공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소득과 최저생계비의 차이를 보전해주는 ‘부(負)의 소득세(negative income tax)’ 도입도 권고했다. 한국은 최저생계비에 미달하는 가정에는 매월 일정금액을 지급하며 특정 용도를 정해주고 있다. 소르망 전 교수는 “부의 소득세제의 강점은 국민이 지원받는 금액을 원하는 대로 지출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이 어디에 지출할지 결정하는 만큼 개인의 합리적인 선택을 존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은 이미 정부가 제공하는 복지에 익숙해져 사회적 혁신을 하기엔 늦었다”며 “한국은 아직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 만큼 제도를 잘 준비하면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 복지제도를 모방하지 말고 새로운 시도를 하라”고 강조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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