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 개선하는 일본 기업
이미지센서·친환경차 등 28조엔 '통 큰 투자'
[ 도쿄=서정환 기자 ] 엔저(低)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 기업들이 새 사업과 차세대 먹거리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원화 강세로 수익성 확보에 비상이 걸린 사이 일본 기업들은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등으로 한 발 더 치고 나가는 모습이다.
2015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 일본 상장사들의 설비 투자 예정액은 전년보다 10.5% 늘어나 28조226억엔(약 250조원)에 이른다. 주된 설비 투자 대상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주력으로 떠오른 사업들이다.
히타치제작소는 올해 철도, 전력 등 인프라 관련 사업을 중심으로 전년 대비 7.2% 증가한 9100억엔을 투자할 예정이다. 자회사인 히타치화성을 통해 미국에 자동차용 배터리 기초소재인 음극재 생산공장을 새로 짓는다. 미래 사업을 위한 R&D 투자도 올해 3600억엔에서 내년엔 5000억엔으로 39% 늘리기로 했다. 인프라사업의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 센서, 로봇 등이 집중 투자 대상이다.
소니는 주력 효자상품으로 부상한 이미지 센서 등에 역대 두 번째 규모인 4300억엔을 설비투자하기로 했다. 올 R&D 투자도 4900억엔으로 전년 대비 5.5% 늘린다.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15회계연도 전망 기업설명회에서 “올해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투자 최우선’의 해”라고 강조했다.
자동차, 주택 관련 사업 위주로 재편한 파나소닉은 자동차용 전자기기 및 부품에 대한 투자를 이어간다. 이 회사는 내년 봄부터 전원이나 모터 제어 등에 쓰이는 차세대 전력 반도체를 양산한다. 후지쓰 등과 공동으로 벤처기업 투자도 하기로 했다. 파나소닉과 후지쓰, NEC 등 10여개사는 125억엔 규모의 공동 벤처투자펀드를 조성한다.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한 자동차업종도 올해 설비 합리화 등에 3조9412억엔을 투자할 예정이다. 설비 투자보다 글로벌 경쟁사들을 위협하는 것은 대규모 R&D 투자다. 도요타는 올해 R&D에 사상 최대인 1조500억엔을 투입한다. 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차 개량과 신흥시장 연비규제에 대응하는 기술 개발을 위해서다.
일본 기업들이 ‘통 큰’ 투자에 나설 수 있는 것은 실적 개선으로 자금 사정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2012년 12월 아베 신조 정부 출범 이후 이어진 엔저 속에서도 일본 기업들은 가격 경쟁을 통한 시장 확대보다 수익성 위주의 경영에 주력했다. 덕분에 금융회사를 제외한 일본 기업의 현금 보유액(예금 포함)은 작년 말 사상 최대인 231조엔으로 불어났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