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멈춘 한국기업
[ 정인설 기자 ] 한국 기업들은 원화 강세와 원가 부담 증가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래에 대비한 투자를 하기는커녕 어떻게 살아남을지를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특히 상당수 중소기업은 당장 일감을 구하지 못해 설비를 놀리고 있다.
지난 1분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501곳은 432조8223억원의 매출(연결재무제표 기준)을 올렸다. 작년 동기에 비해 5.78% 감소했다. 성장을 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외형이 줄어들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 한국의 대표적 기업들의 매출이 일제히 줄었다. 매출에 영향을 주는 수출 감소세는 심각하다. 지난달 수출은 423억9200만달러로 작년 5월에 비해 10.9% 감소했다. 2009년 8월(20.9% 감소) 이후 5년9개월 만의 최대 감소폭이다. 월별로는 지난 1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이런 추세는 쉽게 멈추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원화의 상대적 강세로 한국 상품의 가격 경쟁력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데 인건비 등의 부담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어서다. 원화 가치는 최근 3년 동안 일본 엔화에 비 ?60% 절상됐다. 일본 상품과 경쟁관계에 있는 자동차 철강 가전 기계업종의 경쟁력이 그만큼 악화됐다는 의미다. 이뿐만 아니다. 유로화와 러시아 루블화, 브라질 헤알화 등 신흥국 통화는 미국 달러화에 비해 일제히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비해 원화는 달러화에 대해 상대적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들 지역에서도 한국 상품이 급속도로 경쟁력을 잃고 있다. ‘팔수록 손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반면 인건비 등 원가는 증가하는 추세다. 통상임금 부담은 이미 반영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30대 그룹 177개 상장사의 1인당 매출과 영업이익은 연평균 1.7%와 12.4% 줄었다. 반면 급여 퇴직급여 복리후생비 등 인건비는 연평균 3.8% 올랐다. 내년부터는 300명 이상 사업장의 경우 종업원들의 정년도 60세로 연장된다. 부담이 늘어날 일만 남았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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