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나친 규제로 경제에 부담" 판단
전경련 "전망치 산출 방법도 공개해야"
[ 심성미 기자 ] 정부가 202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전면 수정하기로 한 것은 지나친 온실가스 감축 규제가 기업들의 생산성을 떨어뜨려 경제 전체에 부담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제사회에 대한 체면보다 ‘실리’를 선택한 셈이다.
이 같은 정부 방침에 산업계는 안도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환경부와 일부 환경단체 등은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30년 배출량 6억8760만t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배출량 전망치(BAU)의 19.2%(2안)로 정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안대로라면 2030년 총 배출량은 약 6억8760만t이 된다.
정부가 정한 2020년 배출량(5억4300만t)보다도 26.6% 많은 수치다. 지난해 말 20차 기후변화당사국 총회에서 합의한 ‘감축목표 후퇴금지 원칙’에도 불구하고 산업계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것이다.
반면 지금까지 국제사회에서 앞장서 온실가스 감축을 외쳐왔던 환경부와 외교부는 총 배출량이 가장 적은 4안을 채택할 것을 적극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AU 대비 31.3%를 감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4안에 따르면 한국은 2030년 약 5억8463만t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다.
하지만 네 가지 안 중 어느 것을 선택하더라도 정부는 2020년 배출량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매년 줄어들어야 하는 것이 국제사회 규칙이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네 가지 안 모두 2020년 배출량보다 큰 만큼 2020년 전망치를 수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체면보다 실리 선택
정부가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느슨하게 잡고, 2020년 감축 목표에까지 메스를 들이댄 이유는 이명박 정부 당시 공표했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가장 중요한 국정과제는 ‘녹색성장’이었다. 당시 감축 의무국가가 아니었음에도 국제사회에서 앞장서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BAU 대비 30% 감축하겠다’고 선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땐 모든 정책이 ‘녹색’ ‘환경’ 키워드에 집중돼 있었다”며 “당시의 과욕이 지금 와서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한국 경제가 내수와 수출부문 모두 부진한 상황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유지하는 것도 부담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수출이 급감하고 내수가 부진하자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내외 기관들은 잇따라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 초반대로 하향 조정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이 단기간에 온실가스 감축을 달성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산업계에선 온실가스 감축 전망치와 감축 목표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제조업 중심의 한국이 산업을 계속 키우려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현실적으로 설정해야 한다”며 “정부가 공개하지 않고 있는 온실가스 전망치 산출 방법도 투명하게 공개해 기업별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 BAU
온실가스 배출량 전망치.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인위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배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온실가스 총량을 추정한 것. 온실가스 감축량의 기준이 되는 숫자다. 정부 전망치가 부정확하다는 산업계의 반박을 받아들여 최근 정부는 BAU를 재산정했다.
세종=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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