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은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하는 대표적 헤지펀드다. 아르헨티나 국채를 매입한 뒤 매도공세를 펴면서 아르헨티나를 디폴트 위기까지 몰고간 것으로도 유명하다. 통상 2~3년간 특정 기업을 연구해 치밀한 전략을 수립한 다음 지분을 매입해 주주권을 행사한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을 금융감독원의 신고기준 5% 이하인 4.95%까지 보유하고 있다가 최근 일시에 지분을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그리고 앞으로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내부자 거래가 감행될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는 이전에도 여러차례 주주행동주의라는 미명 아래 한국의 유력 기업들이 국제 투기꾼들의 ‘사냥감’이 됐던 사례를 기억하고 있다. SK그룹은 2003년 소버린자산운용으로부터 공격을 받아 1조원가량의 비용을 투입해 어렵사리 경영권을 방어한 적이 있다. 그 과정에서 소버린은 9000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올렸다. 영국계 펀드인 헤르메스가 2004년 삼성물산의 지분 5%를 사들여 우선주 소각을 요구하면서 시비를 걸다 하루 만에 보유지분을 팔아치우고 차익을 챙긴 일도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최근 주주행동 과정에서 내부자거래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공개적인 경고를 내놓아 주목을 받고 있다. 포이즌필 판결로 유명한 레오 스트라인 판사도 주주행동주의를 막는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주주행동주의는 내부자거래나 주가조작과 직결될 수 있고 투자판단에 혼선을 초래할 가능성도 크다. 금융당국은 이번 엘리엇의 움직임에서 혹시 주주행동주의를 내세우며 내부자거래 등 불법행위를 시도하는 사례가 없는지 분명히 살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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