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과잉 공포' - 오해와 진실] '한국인 유전자, 메르스에 취약' 근거 없다

입력 2015-06-04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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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사이언스 주장
국내 전문가 반박



[ 이준혁 기자 ] 미국의 과학학술지 사이언스(Science)가 ‘한국에서 메르스가 이례적으로 확산된 건 한국인의 유전자 특성 때문일 수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근거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정책이사를 맡고 있는 엄중식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사진)는 “한국인이 메르스 바이러스에 특별히 더 취약한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라며 “바이러스는 특정 인종, 민족, 국가, 질병 유무, 성별, 남녀노소에 따라 선택적으로 발병하는 질환이 아니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만약 한국인이 메르스에 더 취약하다면 아프리카에서 광범위하게 창궐했던 에볼라 바이러스의 경우 흑인들이 더 취약한 특이 유전자를 갖고 있다고 봐야 하느냐”며 “바이러스 확산 여부는 1차 감염자와 밀접 접촉 시 어떤 환경이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환경이 바이러스 확산의 강도와 범위를 결정한다”며 “유전적 경향으로 바이러스가 더 빠르게 전파된다는 것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린玆?바 없다”고 설명했다.

엄 교수는 국내에서 메르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원인에 대해 “1차 감염자가 있었던 병원 내 병동·병실 환경이 결정적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는 감염된 환자의 호흡을 돕기 위해 기도에 튜브를 넣는 과정(기도삽관)에서 바이러스가 한꺼번에 밖으로 튀어나왔기 때문으로 알려졌다”며 “국내에서도 최초 환자에게 이런 부주의한 의료 조치와 함께 같은 병동·병실에서의 무질서한 환경이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병원 내 잘못된 환경에 대해 “현재 보건당국에서 정밀조사를 하고 있어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면서도 “다만 1차 감염자로부터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과정에서 병실 내 매우 열악한 환경과 여건이 조성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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