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는 모르는
창업과 경영의 세계
생각의 틀 넘어서야
고산 < 에이팀벤처스·타이드인스티튜트 대표 hardtodecide@hotmail.com>
1998년에 개봉한 짐 캐리 주연의 영화 ‘트루먼 쇼’의 주인공 트루먼 버뱅크의 일상은 24시간 쇼로 생방송된다. 전 세계 사람들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시청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 사실을 모른다. 트루먼은 자신의 주변 인물이 모두 배우고, 거주 공간은 거대한 돔형 스튜디오라는 사실을 깨달은 뒤 스튜디오 밖으로 탈출한다. 그제서야 마침내 진짜 세상과 조우하게 된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최근 자주 떠오른다. 돔형 스튜디오의 이면에 대한 이미지다. 돔형 스튜디오 안쪽 면은 커다란 스크린이다. 푸른 하늘에 구름이 떠다니고, 바다 너머 수평선이 보이는 등 자연의 영상이 펼쳐진다. 하지만 이 같은 가상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돔의 바깥 모습은 그저 거대한 구조물일 뿐이다. 돔 밖 주변에서는 스태프가 수많은 장비를 들고 하루종일 바삐 움직인다.
요즘엔 이 장면을 창업이란 키워드와 연관시키고 있다. 현실에서는 대부분 사람이 거대 기업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받는 ‘돔 안의 세상’에서 살아간다. 그 세상은 완벽해 보인다. 뭔가 더 끼어들 여지가 없다. 거대 기업들은 영원히 존재할 것만 같다.
하지만 ‘돔 밖의 세상’에서 바라본 장면은 그렇지 않다. 모든 회사는 지속적으로 혁신한다. 살아남기 위해 매 순간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모든 게 불완전하기만 하다. 제품과 서비스의 질은 언제든 향상될 수 있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크고 작은 경쟁자가 무수히 존재한다. 실제로 100년 넘게 존속하는 기업이 드물고,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이 세상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구축하는 것이다.
창업가는 돔 밖으로 나간 사람들이다. 돔 안의 단순 소비자와 돔 밖의 혁신적 창업가 중 어떤 방향으로 살아가느냐에 따라 세상에 대한 이해가 달라진다. 마치 하늘이 우리 주위를 도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태양의 주위를 돌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우주의 그림이 다시 그려지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과도 비슷한 느낌이다.
단순 소비자로서의 삶과 창업가로서의 삶 둘 중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를 단정짓는 건 아니다. 다만 우리 각자가 인지하고 있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 다른 틀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 공유하고 싶을 뿐이다.
고산 < 에이팀벤처스·타이드인스티튜트 대표 hardtodecid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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