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 유로존 경기 회복에 '베팅'
[ 김은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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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지난달 중순 하루 10bp(1bp=0.01%포인트) 급등(채권값 급락)했던 독일 국채금리는 3일(현지시간) 또다시 17bp 뛰었다.
양적 완화 효과로 물가가 상승하고 실업률이 떨어지는 등 경기침체 우려가 완화됐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향후 금리가 오를 것을 예상하고 채권 매도에 나섰기 때문이다.
여기에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초저금리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채권시장의 변동성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발언한 것이 금리 상승을 부추겼다. 최근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커졌지만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이를 용인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돼 투자자들의 매도심리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獨·스페인 국채금리, 올 최고
이날 유로존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독일 국채금리는 작년 10월 이후 최고인 연 0.89%를 기록했다. 이틀간 독일 국채금리는 33bp 올랐다. 1998년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도 각각 연 2.11%와 연 2.14%까지 상승해 작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유로존 국채금리 급등 여파로 이날 10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도 전일 대비 10bp 상승한 연 2.37%를 나타냈다.
이날 유로존 국채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S&P 유로존국채인덱스(7~10년 만기 기준)는 전일 대비 0.78% 떨어진 254.47로 집계됐다. 작년 말보다 1% 낮은 것으로, 올해 기준으론 첫 손실이다.
한스 미켈슨 뱅크오브아메리카 전략가는 “지난달 중순께 발생한 채권시장의 투매현상이 재개된 모습”이라면서도 “지난번엔 ECB의 양적 완화 이후 과도한 금리 하락에 따른 반작용 성격이 짙었던 반면 이날은 유로존의 각종 경제지표가 개선된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이날 발표된 지난달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0.3% 올랐다. 6개월 만의 첫 상승이다. ECB의 목표치 2%에는 못 미치지만 지난 1월 -0.6%에 비하면 크게 개선됐다. 이날 ECB는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3월 예상한 0.0%에서 0.3%로 높여 잡았다. 4월 유로존 실업률은 11.1%로 집계됐다. 전월 11.2%에서 소폭 하락했다. 같은 달 소매판매도 전달보다 0.7% 늘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2% 증가했다. 모두 시장의 예상치를 웃도는 수치다.
닐 멜러 뱅크오브뉴욕멜론 외환전략가는 “드라기 총재가 국채 매입을 통한 양적 완화를 계속하겠다고 했지만 ECB가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영향이 더 컸다”고 설명했다.
“거래량 줄어 변동성 더 커졌다”
드라기 총재의 발언도 유로존 국채 매도세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0.05%로 동결하기로 발 Η?뒤 “채권시장의 급변동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저금리 환경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오히려 투자자들에게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대비하라고 주문했다.
드라기 총재는 “금리가 지극히 낮은 상황에서는 자산가격이 큰 변동성을 보이게 마련”이라고 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ECB의 국채 매입으로 독일 국채 등의 거래량이 줄어든 것도 채권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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