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롯데가 맨해튼의 명물 ‘더 뉴욕 팰리스 호텔’을 인수한 것을 보도한 뉴욕데일리 기사의 첫 문장입니다.
이 호텔은 133년 전인 1882년 ‘철도왕’ 헨리 빌라드가 주택으로 건축한 ‘빌라드 하우스(Villard Houses)’가 시초였으며, 1980년 당시 뉴욕 최고의 부호였던 헤리 헴슬리가 호텔로 개조했습니다. 지금은 지상 55층, 909개의 객실을 갖춘 뉴욕의 대표적 럭셔리 호텔로 자리잡았습니다.
이번에 롯데에 호텔을 판 부동산전문 투자회사인 노스우드(Northwood) 인베스트는 2011년에 당시 소유주였던 브루나이 왕실로부터 4억달러를 주고 호텔을 샀습니다. 롯데가 이번에 인수한 8억5000만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입니다. 불과 4년 만에 산 가격의 2배가 넘는 액수를 받고 롯데에 되팔았으니 상당한 투자수익을 올린 셈입니다. 이 때문에 맨해튼의 호텔업계에서는 노스우드의 인수 가격을 알고 있는 롯데가 상당히 공격적인 베팅을 했다는 반응입니다.
더구나 롯데는 이번에 다른 투자회사를 끌어들이지 않고 지분 100%를 전량 인수했습니다. 통상 맨해튼에서 부동산 투자의 경우 세금을 아끼기 위해 지분을 최대 49%까지만 사는 것이 정석이라고 합니다. 지분이 50% 미만일 경우 최대 지분을 가진 1대 주주라고 하더라도 나중에 건물을 되팔 때 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매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른 해석도 있습니다. 롯데는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회사가 아니라 전 세계에 걸쳐 호텔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전략적 투자자라는 분석입니다. 애시당초부터 투자수익은 염두에 두지 않았고, 당연히 매각 시점에 영향을 주는 세금문제도 염두에 둘 필요가 없었다는 겁니다. 한 업계 전문가는 “롯데가 단일 주주로 호텔 경영에만 집중하겠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고가인수 논란에 대해서도 지난 5월 인근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이 19억5000만달러를 받고 중국 안방보험에 인수된 것을 감안하면 비싼 것이 아니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더구나 아스토리아 호텔이 전면 리노베이션에 들어간 반면 뉴욕 팰리스 호텔은 노스우드가 인수 후 1억4000만달러를 들여 내부단장을 마쳐서 대규모 추가 투자가 필요하지 않다고 합니다.
롯데는 인수 절차가 끝나는대로 호텔 이름에 ‘롯데’라는 브랜드를 넣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1조원 가까운 돈을 들인 이유가 롯데라는 브랜드를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있는 만큼 당연한 수순이라는 설명입니다. 현재로선 ‘뉴욕 팰리스 롯데’가 유력하다고 하는군요.
또 다른 관심은 매년 9월 유엔총회에 맞춰 뉴욕을 방문하는 대통령의 단골 호텔이 바뀔지 여부입니다. 과거 한국의 역대 대통령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도 취임 후 두 차례의 뉴욕 방문때 모두 월도프 아스토리호텔을 선택했습니다. 유엔과 가깝고, 경호가 편리하다는 이점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는 9월에는 한국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호텔에 묵는 것이 모양새도 자연스러울 뿐 아니라 팰리스 호텔을 한국 기업이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효과도 거둘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팰리스 호텔도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과 한 블럭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유엔과 가까운 편입니다. 과연 한국 대통령의 맨해튼 단골 호텔이 올해는 바뀔까요?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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