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한우물 70년…K뷰티 전세계를 물들이다

입력 2015-06-05 19:35  

[ 김선주 기자 ]
고(故) 서성환 태평양그룹 창업회장은 1945년 중국에서 광복을 맞았다. 서 창업회장은 당시 여러 문물이 교류하던 중국 시장을 둘러보며 아시아적인 것이 세계의 중심이 되리라 확신했다. 화장품을 통해 아시아의 미(美)를 세계에 전파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귀국 직후 국내 첫 화장품 제조·판매 기업인 태평양화학공업사를 창립했다. 그는 2003년 타계할 때까지 60여년간 국내 화장품 업계를 이끌며 K뷰티의 초석을 놓았다. 바통을 이어받은 서경배 회장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을 글로벌 기업으로 이끌고 있다. 지난해 4조7119억원의 매출 중 해외 매출이 20%에 육박하는 8325억원이었다. 아모레퍼시픽이 만든 제품을 세계적 화장품그룹이 벤치마킹할 정도다.

인삼화장품 등 ‘최초’ 타이틀 제조기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역사를 돌아보면 유독 ‘최초’란 단어가 많다. 1948년 국내 최초로 상표를 붙인 화장품인 메로디크림을 출시해 돌풍을 일으켰다. 해방 직후라 보부상들이 용기·상표 없이 큰 통에 들어 있는 화장품을 집집마다 필요한 만큼 덜어서 팔던 시대였다. 1951년 출시한 순식물성 포마드인 ABC포마드는 서 창업회장이 “仄鳧?아모레퍼시픽그룹을 만든 뿌리”라고 회고했을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화장품 연구실을 만든 것도, 생체 보습 물질인 히알루론산을 만든 것도 모두 아모레퍼시픽이 국내 최초였다. 세계 최초 인삼 화장품인 진생삼미는 아모레퍼시픽의 빅히트 브랜드인 설화수의 모태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이 외에 2008년 세계 최초로 콩에서 미백·보습 성분인 오-디하이드로시이소플라본을 발견해 화장품 성분으로 만드는 등 화장품 시장의 기술 혁신에 앞장섰다.


‘아시아의 美’ 추구하는 ‘K뷰티’ 대표주자

아모레퍼시픽에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주력 사업인 화장품 외 건설, 증권, 패션, 야구단, 농구단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1994년 경영 전면에 나선 서 회장은 다른 사업부문을 정리하고 화장품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전면 재편했다.

화장품 한우물만 판 결과 대표 브랜드인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매출은 2011년 1909억원에서 지난해 4673억원으로 급증했다. ‘글로벌 5대 챔피언 브랜드’로 꼽은 설화수·마몽드·라네즈·에뛰드·이니스프리는 모두 K뷰티(화장품 한류)의 대표주자로 자리 잡았다.

중화권을 넘어 세계 최대 화장품 시장인 북미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03년 미국에 진출했다. 랑콤·에스티로더 등이 입점한 세계 최대 화장품 편집매장 세포라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미국 버그도프굿맨 백화점에는 설화수와 함께 입점, 동양의 명품 화장품으로 현지 소비자들에게 각인됐다.

개방·정직·혁신·친밀·도전…AP웨이 간다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이한 아모레퍼시픽그룹은 해외 사업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3대 축은 중화권을 포함한 아시아, 미주, 유럽이다. 미주 사업은 이미 진출한 프리미엄 브랜드 아모레퍼시픽·설화수에 지난해 진출한 라네즈를 중심으로 유통망을 확장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라네즈는 지난해 미국 대형 마트인 타겟의 ‘프리미엄 스킨케어 존’에 입점했다.

중화권 사업의 중심은 중국이다. 지난해 10월 중국 상하이에 마련한 ‘상하이 뷰티사업장(대지면적 9만2787㎡)’을 생산·연구·물류의 구심점으로 삼고 있다. 연간 1만3000t, 1억개의 생산 능력을 갖춘 이곳에서 중국 고객에 대한 피부·모발 연구, 중국 출시 제품에 대한 유효성·안전성 연구에 집중할 방침이다. 아시아의 여행 인구가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 ‘제6의 대륙’으로 불리는 면세 사업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아모레퍼시픽그룹은 최근 기업의 핵심 가치로 ‘AP 웨이’를 제시했다.

5대 의사결정 기준으로 개방·정직·혁신·친밀·도전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국내외 소비자들에게 아시아의 아름다움을 전파하는 원대한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김선주 한국경제신문 기자 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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