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경찰청 해체로 소속 변경…어촌계금 횡령 수사 등 활약
예산 부족해 본인 차 끌며 업무…경찰 '새 식구' 기살리기 노력
[ 김동현 기자 ]
![](http://www.hankyung.com/photo/201506/2015060591851_AA.10060315.1.jpg)
5일 인천의 한 전통수산시장. 사복을 입은 경찰들이 꽃게 판매상 앞에 모였다. 집게 모양으로 만든 독특한 자를 갖고 꽃게마다 크기를 쟀다. 꽃게 크기가 법적으로 판매 가능한 6.4㎝를 넘는지 쉽게 판별할 수 있도록 만든 도구다. 김상열 인천중부경찰서 수사과 경사는 “몰래 잡은 어린 꽃게를 싸게 판매하는 가게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단속을 하고 있다”며 “수자원관리법에 따르면 길이 6.4㎝ 이하의 어린 꽃게는 포획과 유통이 금지돼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벌인 수산물 단속은 지난해 11월 이전만 해도 경찰의 업무가 아니었다. 해양경찰의 업무였다. 세월호 참사 직후 박근혜 대통령의 해양경찰청 해체 선언에 따라 지난해 11월 해경이 해체되면서 해당 업무가 경찰로 넘어왔다. 밀수와 불량 수산물 유통, 어촌계금 횡령, 면세유 부정수급 등 과거 해경이 맡던 업무 일부가 경찰로 이관됐다. 2002년부터 해경에 몸담았던 김 경사를 비롯한 해경 출신 200명이 경찰로 소속이 바뀐 것도 이때다.
경찰에서 200일 맞은 해경 출신들
경찰청은 해경 해체로 이관된 업무와 인력을 위해 본청과 인천 부산 전남 강원 제주 등 5개 지방경찰청에 수사 2과를 신설했다. 인천 중부경찰서를 포함해 해안가에 있는 16개 경찰서에도 같은 부서가 만들어졌다. 해당 부서는 해경에서 넘어온 인력들로 채워졌다. 옛 해경 조직에서는 경찰을 바다에서 활동하는 자신들과 대비해 ‘육경(陸警)’이라고 불렀는데 작년 11월 조치로 해경 중 일부가 육경으로 변신한 것이다.
이들은 6일로 경찰 편입 200일을 맞았다. 갑작스러운 조직 해체와 전입으로 적응에 따른 부담이 클 거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고 있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http://www.hankyung.com/photo/201506/2015060591851_AA.10061504.1.jpg)
이명호 인천중부서 수사2과 팀장은 “불법 꽃게 유통 등 해경에서 하던 업무를 옮겨와 그대로 하다 보니 일 자체에 큰 부담은 없다”며 “새로운 조직에 속해 더 많은 실적을 내겠다는 의욕이 사건 처리 증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옛 해경 특유의 조직문화도 적응에 도움이 되고 있다. 해경은 한 번에 2~3일간 배를 타야 하는 등 해상 근무가 많다 보니 직업 인기도가 경찰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이는 맡은 업무를 완수하기 위해 꾀를 부리기보다는 근성 있게 밀어붙이는 업무문화로 이어졌다.
김성종 경찰청 수사2과장은 “해경에 처음 왔을 때 선배들이 정부 예산을 따내기 위해 담당 공무원 집앞까지 따라가 ‘눈도장’을 찍는 모습에 놀랐다”며 “무엇이든 저돌적으로 밀어붙이는 근성이 새로운 조직 적응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경찰 전입 한 달 만에 승진한 해경 출신도
물론 새로운 조직에서의 근무가 쉬운 것만은 아니다. 수사2과가 설치되지 않은 22개 경찰서에 1~2명씩 뿔뿔이 흩어진 이들도 있다. 이 경우 해경 출신으로서 전문성을 살리기보다 대부분 기존 조직에 흡수됐다.
경찰서 소속 차량을 배정받지 못해 본인의 자동차를 몰고 부둣가와 어시장을 돌아다니는 경찰관도 적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올해 경찰 예산이 확정된 뒤에 해경 출신 인력이 넘어오면서 필요한 장비를 확보하기 위한 돈을 따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에 경찰청은 작년 12월 정기인사에서 전입된 지 한 달밖에 안된 해경 출신을 일부 포함하는 등 이들의 적응과 사기진작에 신경을 쓰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새로 들어온 식구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경찰 수뇌부부터 관심을 두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한경스타워즈] 1위 누적수익률 100% 돌파, 참가자 전체 누적수익률은 40% 육박
[이슈] 30대 전업투자자 '20억원' 수익 낸 사연...그 비법을 들어봤더니
[특집_가계부채줄이기] '그림의떡' 안심전환대출 포기자들, 주택 아파트담보대출 금리 비교로 '반색'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