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 등 자산운용사와 경쟁
[ 김은정 기자 ]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세계 회사채 시장을 뒤흔드는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애플, 구글, 오라클 등 IT 기업이 수천억달러에 달하는 현금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공격적으로 회사채를 사들이고 있어서다.
7일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대규모로 발행된 우량 회사채의 절반 이상은 미국 IT 기업 손에 들어갔다”며 “미국 IT 기업이 세계 최대 자산운용회사 블랙록 등을 위협하는 회사채 시장의 새로운 ‘고래’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시장 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미국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는 5100억달러(약 568조원)를 웃돌았다. 같은 기간 역대 최대 규모다.
올 1분기 말 기준 애플을 포함한 미국 7개 대형 IT 기업이 갖고 있는 현금은 5000억달러를 넘는다. 2008년 말에 비해 세 배가 늘었다.
보유 현금이 많아지면 자산운용 관련 기업 재무담당자의 고민도 깊어진다.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을 그대로 미국으로 들여오면 막대한 세금을 내야 한다. 이 때문에 재무 담당자들은 상대적으로 투자 위험이 적으면서 미 국채보다 높은 痔庫活?기대할 수 있는 짧은 만기의 우량 회사채 투자를 선호하고 있다.
1~3년 만기의 투자등급 회사채 평균 금리는 연 1.06%다. 동일 만기의 미 국채 금리는 연 0.76% 수준이다. 제이슨 쇼프 씨티그룹 채권전략가는 “비교적 신용등급이 높은 회사채 투자는 기업의 자금운용 담당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투자처”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시가총액 세계 1위 기업 애플이 만기가 짧은 투자등급 회사채 시장의 최대 투자자에 올랐다고 전했다. 올 1분기 말 기준 애플이 보유한 현금과 회사채 등 유가증권 규모는 1935억달러 정도다. 구글, 오라클 등 다른 IT 기업도 만기가 1~3년으로 짧은 투자등급 회사채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오라클은 이미 258억달러어치 회사채에 투자했고, 구글도 115억달러어치 회사채를 매입했다.
블랙록, 핌코, 뱅가드 등 대형 자산운용회사는 IT 기업의 이런 움직임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초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우량 회사채 투자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IT 기업이라는 예상 밖의 경쟁자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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