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인이 스위스 국기 흔드는 이유는

입력 2015-06-08 00:18  

(김은정 국제부 기자) 이탈리아 사르디니아 섬에 가보면 곳곳에 스위스 국기를 꽂고 있는 집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스위스에 편입되는 것을 바라는 사르디니아인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바다의 도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이 문구는 사르디니아인들이 스위스 편입을 주장하는 근거로 내세우는 말입니다. 스위스에 산이 많은 만큼 사르디니아에는 바다가 있어서 스위스와 사르디니아가 합쳐지면 훌륭한 리조트 조성이 가능하다는 논리입니다. 사르디니아는 재정 건전성이 우수한 스위스의 지원으로 지중해 최고 리조트로서 잠재력을 살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스위스와 사르디니아가 하나가 됐을 때, 자연적인 조합이 최고의 시너지라는 얘기입니다.

사르디니아의 역사는 14세기 사르데냐 왕국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탈리아 반도 서쪽 해상에 있는 섬으로 유럽의 패권 다툼에 시달리다가 1861년 이탈리아에 합병됐습니다. 이탈리아에서 두 번째로 큰 섬입니다. 원래 사르디니아인들의 독립 지향이 강한 이유입니다. 인구는 약 150만명입니다. 이탈리아에서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정당만 10개가 넘습니다. 스위스 국기와 사르디니아 깃발을 결합한 셔츠와 상품 판매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아직 본격적인 독립 운동은 이뤄지지는 않고 있습니다.

분리 독립을 강하게 주장하는 사르디니아인들은 “자신뿐 아니라 아이들과 그들의 미래를 위해 분리 독립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스위스야말로 사르디니아인들의 문화와 전통을 보호하는 데 가장 이상적인 국가”라고 말합니다. 스위스는 1815년 비엔나 회의 이후 국경선이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사르디니아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스위스는 공식적으로 “다른 국가의 내정에는 간섭하지 않는다”는 입장만 보이고 있습니다.

일단 사르디니아의 스위스 편입이 가능해지려면 이탈리아에서 분리 독립을 해야 합니다. 스위스에서는 자국 편입을 위해 국민 투표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고요. 10만명 이상의 서명이 필요합니다.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닌 듯 하지만 진행 과정을 좀 더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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