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진동벨’ 없는 스타벅스…누구를 위한 원칙인가

입력 2015-06-08 10:42  


[ 김아름 기자 ] # 직장인 A씨는 스타벅스 마니아다. 매일 아침 출근 시간과 점심식사 후엔 회사 근처 스타벅스에 들러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하루 2번 꼬박꼬박 스타벅스만을 애용하는 A씨지만 그에게도 불만은 있다. 점심때마다 길게 늘어선 줄 때문이다. 2층에 겨우 자리를 잡았는데 음료가 나올 때까지 1층 주문대 앞에서 기다려야 한다. 손님이 몰릴 때는 20분 넘게 대기할 때도 있다.

점심시간의 스타벅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스타벅스는 흔히 ‘진동벨’이라고 부르는 페이저를 사용하지 않는다.

스타벅스는 본사 지침으로 매장 내 진동벨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바리스타가 자신이 만든 음료를 손님에게 직접 전달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은 국내 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층으로 된 매장도 많은 국내에서는 2층이나 3층에 자리를 잡은 손님들이 음료를 받기 위해 1층으로 내려와서 기다려야하기 때문이다.

‘진동벨 금지’ 정책이 단층 매장이 많은 외국에 비해 2,3층 이상의 다층 매장이 많은 국내 스타벅스의 현실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역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차?본사에 진동벨 사용에 대해 문의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자구책으로 내놓은 것이 방법이 ‘사이렌 오더’다.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원하는 음료를 주문하고 결제하면 음료가 나올 때 스마트폰에 알림으로 알려줘 카운터에서 대기할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이 진동벨 역할을 대신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 역시 낮은 이용률이 발목을 잡았다. 8일 스타벅스에 따르면 지난 5월말까지 1년간 사이렌오더로 음료를 주문한 건은 약 75만건. 매장 한 곳에서 하루에 2~3건에 불과하다.

앞으로 늘어날 확률이 높다지만 점심시간의 정체를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그동안 ‘바리스타가 손님을 직접 불러 마주보고 커피를 건네며 소통하기 위해’ 페이저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스타벅스의 정책과도 반대된다.

일각에서는 본사 정책이라고 해서 다른 해결책을 생각하지 않고 손을 놓을 게 아니라 다른 방법을 찾아 고객의 불편을 덜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층이나 3층 매장에 스크린을 설치하거나 바리스타가 주문자를 호명할 때 2,3층에도 들리도록 방송을 하는 등 다른 수단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이미 다른 프랜차이즈 카페들에서도 많이 시행하고 있는 방법이다.

스타벅스도 일부 매장에 스크린을 설치해 주문 내역을 알리고 있다. 하지만 적용 매장이 7곳 뿐이며 확대 예정이 없는 ‘특수 사례’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무교동점, 동부이촌동점 등의 2,3층 매장에 스크린을 설치했다”면서 “고객이 많아 설치한 것으?다른 매장에도 적용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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