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쇼생크 탈출

입력 2015-06-08 20:36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나를 이곳에 가둘 때 동의 없이 가두었으니, 나도 이곳을 떠날 때 동의를 구하지 않고 가노라.” 바람둥이의 대명사 카사노바가 탈옥하면서 남겼다는 명언이다. 그는 베네치아의 감옥에서 옆방 동료와 합심해 천장을 뚫고 지붕으로 탈출했다. 이 과정에서 그의 연인들이 도왔을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이 정도면 꽤 낭만적이다. 한무제의 명으로 서역에 갔다가 흉노에 잡혀 10여년이나 갇혔다 탈옥한 장건, 엘바 섬에 유배됐다 도망친 나폴레옹 등 유명 인사들의 사연도 다양하다.

평생 50여차례나 탈옥한 인물도 있다. 19세기 프랑스의 비도크는 변장술까지 뛰어난 탈옥의 명수였다. 경찰은 노하우를 활용하기 위해 그를 스카우트했고 그는 특별수사과장까지 지냈다. 6년간 세 번이나 헬기로 탈출한 범인도 있었다. 2001년 프랑스 륀 교도소에서 헬기로 탈옥한 파스칼 파예는 2년 뒤 헬기로 동료 3명의 탈옥을 공모하다 검거됐다. 그러나 재수감된 지 1년 반도 안 돼 또 헬기를 타고 사라졌다. 그는 몇 달 후 스페인에서 체포됐다.

우리나라에서는 1988년 지강헌 외 12명 탈주사건과 1997년 탈옥 후에도 2년 반 동안이나 엽기행각을 벌인 신창원 사건, 2012년 배식구로 탈출한 최갑목의 ‘미꾸라지 탈옥’ 등이 있었지만 외국에 비하면 얌전한(?) 수법이었다.

가장 드라마틱한 경우는 악명 높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알카트라스 교도소 사건일 것이다. 육지까지 3㎞, 해안은 절벽이고 식인 상어가 들끓는 섬. 아무도 탈출하지 못한 이곳에서 죄수 3명이 굴뚝을 통해 지붕으로 올라간 뒤 고무보트로 탈옥에 성공한 것이다. 이들의 행방은 50년이 지나도록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들과 달리 41년간의 도피생활 끝에 붙잡힌 ‘억세게 재수없는 사나이’도 있었다.

미국 뉴욕주 교도소에서 영화 ‘쇼생크 탈출’처럼 감방 벽을 뚫고 탈옥한 살인범 이야기가 연일 화제다. 영화에서 벽의 구멍을 육감적인 핀업걸 사진으로 가린 것처럼 이들은 TV영화 ‘페리스 부엘러’ 포스터를 붙여 시선을 분산시켰다. 감방 뒤쪽 벽에 구멍을 뚫은 뒤 높이 9m의 벽을 기어 내려가 파이프를 전동공구로 잘라낸 뒤 인근의 맨홀로 빠져나가면서 ‘좋은 하루 되시길’이라는 조롱조의 메모까지 남겼다고 한다.

지금까지 이 교도소에서 탈출에 성공한 사례가 한 번도 없었다니 더욱 영화 같다. 당국은 10만달러의 현상금을 걸었고, 접경 국가인 캐나다도 경비를 강화하는 등 난리법석이다. 어디선가 영화 감독들의 발걸음도 빨라질 것 같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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