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미현 기자 ]
![](http://www.hankyung.com/photo/201506/2015060988751_02.6932709.1.jpg)
총 7쪽으로 된 자료는 제목이 있는 첫 장을 빼고 모두 영어로 쓰여 있다. 열은 ‘fever’, 가래는 ‘sputum’, 호흡곤란은 ‘dyspnea’로 적혀 있는 식이다. 혈액 검사 결과는 더 가관이었다. WBC(백혈구) Hb(혈색소) BUN(혈액 요소질소) 등 전문가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의학 용어와 줄임말 투성이다. 치료방법도 ICU(집중치료), ECMO(체외막산소화장치) 등으로 표기돼 있다. 김우주 메르스민관합동대책반 공동위원장(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이 이 자료를 띄워 놓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했지만, 비전문가인 기자가 이해하기는 힘들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민에게 직접 배포하는 자료가 아니라 브리핑 참고자료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복지부가 마련한 ‘감염병 위기대응 실무 매뉴얼’에는 브리핑이나 취재를 지원할 때 ‘쉽고 정확한 용어를 사용하라’고 적혀 있다. 매뉴얼에 따르면 전문용어나 업계에서 통용되는 용어를 삼가고, 정부 발표를 직접 인용해 기사를 쓸 수 있도록 쉬운 용어로 브리핑해야 한다. 감염병 분야는 일반인이 알기 어려운 전문 영역인데다 정확하고 일관된 정보가 보도되지 않으면 국민의 불안감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정보를 공개할 때 보인 미숙한 모습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 7일 메르스 감염 확진자가 나오거나 거쳐간 병원 정보를 공개할 때도 우왕좌왕했다. 24곳 병원 중 네 곳의 병원명이나 소재지를 잘못 공개했다. 정부는 첫 발표 세 시간이 지나서야 제대로 된 병원 명단을 내놨다. 정부가 메르스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할 의지가 있느냐는 의문이 나오는 이유다. 정보는 쉽고 정확해야 한다. 어렵고 부정확한 정보가 메르스에 대한 두려움을 더 키우고 있다.
조미현 중소기업부 기자 mwise@hankyung.com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