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컨벤션센터 콘퍼런스홀. 2만5000여명의 관중이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쳤다. 통신네트워크장비업체 시스코시스템스의 최고경영자(CEO)인 존 체임버스 회장이 연례행사 ‘시스코 라이브 2015’ 기조연설을 마치며 후임자인 척 로빈스 수석부사장을 소개하는 순간이었다. 앞서 체임버스 회장은 새로운 시대의 화두로 ‘디지털화’를 제시했다. 지난 10여년간 인터넷을 통해 정보의 이동이 자유로워졌다면 앞으로 5년 정도는 음성, 영상 등 각종 정보를 디지털화해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 신속하게 분석하는 디지털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20년간 시스코를 이끈 체임버스는 ‘만물인터넷(IoE)의 전도사’로 불린다. 시스코의 시가총액이 5500억달러(약 594조5000억원)까지 치솟아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에 올랐던 2000년 당시 체임버스는 “냉장고부터 식기세척기, 피아노까지 모든 것이 연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사람, 프로세스(공정이나 경로), 데이터, 사물을 연결하는 것만으로 IoE가 실현되지 않는다”며 “IoE는 클라우드, 보안 등을 통합·관리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혁신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술혁신은 오히려 쉽다”며 “조직운영, 기업문화, 프로세스, 리더십을 바꾸는 것이 더 어렵다”고 말했다. 시스코는 최근 49세의 로빈스를 필두로 기업을 이끌어갈 임원 10명을 발표했다. 체임버스와 대담 형식으로 이어간 기조연설에서 로빈스는 “조직을 젊게 이끌어 최대한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체임버스가 다음달 26일로 임기를 마치면 1990년대 정보기술(IT) 중흥기를 이끈 실리콘밸리 1세대들이 모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된다. 2011년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투병으로 은퇴하면서 팀 쿡이 그의 뒤를 이었다. 지난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났고 클라우드 부문 책임자인 사티아 나델라가 새 CEO로 발탁됐다. 오라클 창업자인 래리 엘리슨도 지난해 CEO직을 사임하고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이사회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샌디에이고=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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