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N 시장 주름잡는 한국투자-신한금투

입력 2015-06-09 20:49  

지수·유가 '방향' 맞히면 수익…단순함이 통했다

거래금 기준 시장 점유율 1·2위
한투 'TRUE 코스피 선물매수 콜매도'
한 달간 하루 평균 14억어치 거래
신한, 유가 연동 상품으로 인기
개별 종목 담은 상품들은 부진



[ 송형석 기자 ] 지난해 11월 문을 연 상장지수채권(ETN) 시장이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 간 2파전 양상으로 굳어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거래대금 기준 시장 점유율이 76%에 달한다. 20%로 2위를 달리고 있는 신한금융투자를 뺀 나머지 증권사들의 점유율은 5%에도 못 미치고 있다.


○절대수익 추구형 상품으로 인기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거래량이 가장 많은 ETN은 한국투자증권의 ‘TRUE 코스피 선물매수 콜매도’로 나타났다. 이 상품은 하루 평균 14억1000만원어치가 거래됐다. 코스피지수가 완만하게 상승할 때 수익이 나는 게 이 상품의 특징이다. 코스피 선물을 매수하는 동시에 콜옵션(미리 정한 가격으로 자산을 살 수 있는 권리)을 매도하는 이른바 ‘커버드 콜’ 전략을 쓴다. 지수가 상승할 경우 콜옵션 거래에선 손실이 나지만 선물에서 이를 만회할 수 있다. 가파른 상승장에선 지수가 오른 비율만큼 이익을 얻는 상장지수펀드(ETF)만큼 수익을 낼 수 없지만, 찔끔찔끔 오르는 강보합장에선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이 상품과 짝을 이루는 ‘TRUE 코스피 선물매도 풋매도’도 같은 기간 13억3000만원어치가 거래돼 거래량 3위에 올랐다. ‘TRUE 코스피 선물매수 콜매도’와 반대로 완만한 하락장에서 수익이 극대화된다. 콜옵션 대신 미리 정한 가격으로 자산을 팔 수 있는 권리인 풋옵션을 활용한다.

이 두 상품을 같은 수량만큼 매수해 절대 수익을 얻으려는 투자자가 많다는 설명이다. 이 상품들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각각 -1.80%와 3.77%다. 두 상품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면 연초 이후 2%에 달하는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는 계산이다.

○‘방향’ 상품이 ‘전략’ 상품 압도

업계 2위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4월 ‘신한 인버스 WTI원유 선물’, ‘신한 브렌트원유 선물’ 등 국제유가와 연동한 ETN을 내놓으면서 점유율을 20%로 높였다. WTI 상품은 유가가 떨어질 때, 브렌트유 선물은 유가가 오를 때 수익이 난다. ‘TRUE 인버스 유로스탁스50’ 등 해외 주식에 간접 투자하는 상품들도 거래량이 꾸준하다.

시장의 ‘방향’을 맞추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단순한 상품들이 인기를 끄는 반면 개별 주식을 편입해 만든 ‘전략’ 상품들은 인기가 시들하다. 변동성이 큰 대형주 10개를 담은 NH투자증권의 ‘octo Big Vol’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상품은 연초 이후 수익률이 24.81%에 달하는데도 최근 한 달간 하루평균 거래액이 5900만원에 그쳤다. 한 증권사 ETN 담당자는 “상품 구조만 파악하면 기관뿐 아니라 개인투자자도 ETN 전략을 손쉽게 따라 할 수 있다는 게 문제”라며 “수수료를 내며 증권사가 미리 만들어 놓은 상품을 사려는 투자자가 생각만큼 많지 않다”고 말했다.

ETN은 적은 수수료로 해외 자산과 국내 전략 상품 등에 투자할 수 있는 중위험·중수익 재테크 수단으로 꼽힌다. 거래량이 적지만 유동성 공급자 역할을 맡은 증권사들이 가격대별로 촘촘하게 호가를 내주기 때문에 원하는 시기에 ETN을 팔아 현금화할 수 있다. 거래 방법은 주식과 같다. 국내 지수와 연계한 상품엔 과세하지 않지만 해외 지수 연계상품, 원자재 상품 등에 대해선 매매차익 중 15.4%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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