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수진 기자 ] 폴 볼커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사진)이 “미국이 주(州)정부 채무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2008년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재앙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볼커 전 의장은 8일(현지시간) 자신이 설립한 볼커 얼라이언스재단 이름으로 연 기자간담회에서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 미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이 물가 상승이었다면 지금은 채무가 가장 위험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볼커 전 의장은 1979년부터 1987년까지 Fed 의장으로 재직하면서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이름을 날렸다.
볼커 전 의장은 “현재 미 주정부의 부채문제는 흰개미가 미국이라는 기둥을 갉아먹는 것과 같으며 이 상황을 가만두면 결국 미국 경제라는 기둥을 쓰러뜨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표적인 사례로 캘리포니아주를 들었다. 캘리포니아주는 2010년 제리 브라운 현 주지사가 취임해 ‘숨겨진 빚’을 공론화한 뒤 최저한세율을 올리고(현재 13.3%로 미국 내 최고), 지출을 감축(2009년 347억달러에서 지난해 249억달러)하는 등 각고의 자구 노력을 기울였으나 지금도 여전히 2조달러에 달하는 미지급 공공채무에 허덕이고 있다는 것. 이 채무의 대부분은 공무원연금이나 건강보험과 관련된 것이다. 일리노이주도 최근 공무원연금 부채로 파산 위기를 겪고 있다.
볼커 전 의장은 “캘리포니아주는 그나마 문제가 공론화돼 양호한 편”이라며 “뉴저지 버지니아 등 대부분의 주는 1년 단위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예산안만 내놓기 때문에 상황의 심각성조차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50개주의 숨겨진 빚이 얼마고, 앞으로 언제 얼마를 갚아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만들어야 나라살림이 지속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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