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저축 계좌] 노후대비·세테크 '두 토끼' 잡는 연금저축…평생 나눠 받으면 퇴직소득세 30% 감면

입력 2015-06-10 07:00  

‘머니워크(Money Work·돈을 일하게 하라).’

베이비부머의 퇴직이 가시화되면서 은퇴자들이 새겨야 할 말이다. 은퇴가 임박한 퇴직 예정자는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해 고민이 많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퇴직하면 당장 수입원이 단절되기 때문에 소득 창출을 위해 뭔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떠올리는 것은 치킨집과 프랜차이즈 창업이다. 그런데 자영업자의 3년 생존율이 46%라는 통계청 자료를 보면 창업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언제 회수할 수 있을지 모르는 창업에 퇴직금을 몽땅 쏟아붓기에는 부담이 크다.

연금으로 수령하면 세금감면

가장 기본적인 노후계획은 퇴직연금으로부터 시작된다.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한 법인의 근로자라면 퇴직 때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를 통해 퇴직금을 수령한다. 해당 계좌에서 55세 이후 연금을 수령하면 올해부터 퇴직소득세를 30% 감면받을 수 있다. 연금수령 전까지의 운용수익에 대한 세금(15.4%)이 바로 부과되지 않고 연금을 실제 수령할 때 3.3~5.5%의 세금만 내면 된다.

퇴직연금제도를 시행하고 있지 않은 법인의 근로자는 퇴직금을 한 번에 받은 후 60일 이내 IRP 계좌를 개설해 운용할 ?있다. 이 자금을 연금으로 수령하면 세제혜택을 볼 수 있다. 또 연금저축을 포함해 IRP에 연간 700만원까지 추가 납부하면 세액공제(13.2~16.5%) 혜택이 적용된다. 결국 연금관련 세제개편의 핵심은 연금계좌에 추가 납입하고 잘 관리해 노후에 연금으로 받는 것이다.

연금을 잘 관리해 만 55세 이후 연금으로 나눠 받기 위해선 어떻게 운용하고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다. 퇴직자들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투자의 안전성이다. 그렇지만 시중금리가 연 1%대인 저금리 시대에 예금에만 예치하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

투자 위험은 무조건 싫다?

투자에서 위험과 수익률은 역의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위험을 부담하면 좀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면 원금손실에 대한 부담이 커진다. 이런 이유로 많은 투자자가 원금손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투자상품보다 예금을 선호한다.

2000년대 초엔 정기예금 금리가 연 7%대로 높았다. 정보기술(IT)주의 붕괴로 주식 변동성이 커지면서 위험을 기피하는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예금이나 보험, 신탁을 많이 선택했다. 10년이 지나고서 수익률을 비교해 보면 당초 생각과는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금융감독원의 금융소비자 보고서에 따르면 2002~2012년 연금자산의 투자 수익률이 자산 유형에 따라 3~4배의 격차를 보였다. 주식형 연금펀드의 10년 누적수익률(122%)이 가장 높았다.

이런 결과가 발생한 이유는 시중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금리는 대외변수에 의해 달라지겠지만 일본과 같이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유지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전망이다.

1%P의 수익률 차이가 노후 좌우

투자자 입장에서 수익률과 안전성 둘 중에서 하나만 택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지금과 같이 연 1%대 금리가 지속되거나 추가 하락한다면 장기복리 및 비과세의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이자소득이 적다 보니 비과세 혜택이란 보험상품의 매력도 사라질 수 있다.

결국 1%의 수익이라도 높일 수 있는 투자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자신이 직접 관리하기 어렵다면 관리를 잘할 수 있는 금융전문가에게 맡기는 방법도 있다. 소비자의 수익률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책임감 있게 관리할 수 있는 금융회사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한 고려요소다.

아직도 투자라고 하면 국내 자산 투자만을 생각한다. 국내시장만 본다면 채권이나 예금 금리는 연 1%대로 낮다. 연 2% 금리로 원금을 두 배 만드는 데 무려 40년이나 걸린다. 장기 투자하면 좋다고 해서 국내 증시에 5년간 묵혀놨는데, 제자리걸음인 경우도 많다. 그 사이 세계 주요 국가의 주식시장은 적게는 20~30%에서 많게는 100%까지 상승했다.

이런 관점에서 성장성이 높은 국가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 과거 우리나라에 고속도로가 개통되고 산업이 발전했던 시절을 떠올려보자. 그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는 연 7~1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금융위기 이후 바닥을 찍고 다시 떠오르는 유럽과 미국 시장도 투자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 3년간 1000만원을 국내 주식에만 투자했을 경우와 한국, 미국, 중국에 분산해 투자한 경우의 수익률을 보면 포트폴리오 투자의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에만 투자할 때와 비교하면, 7배 이상의 수익률(38.5%) 차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특정 자산에 올인하는 투자는 위험에 노출될 수 있지만 해외 분산투자를 하면 위험을 줄이고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해외투자를 하면 무조건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성장성이 높은 나라의 경우 변동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심과 리밸런싱(자산 재배분)을 통해 대응해야 한다. 예를 들어 농부가 수많은 손을 거쳐 쌀을 수확하듯 투자자산도 농사를 짓는 심정으로 투자 이후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주어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연금 해외투자 땐 과세이연까지

현재의 소비를 조금 줄여서 은퇴 이후의 소득으로 이전하려는 적립투자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좋은 예로 일본이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로 높은 저축률과 함께 높은 해외투자 비중을 꼽고 있다. 일본은 오랜 기간 성장성이 있는 해외에 투자하는 비율을 높여왔다. 실제로 일본의 전년도 무역수지는 적자였지만 해외투자 수익을 고려할 경우 경상수지는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도 투자 폭을 넓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자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혹자는 투자위험에 대한 비유를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디라’고 한다. 안전투자만 고집해온 투자자라면 이제는 일정 부분의 변동성을 인내하며 장기 관점에서 투자처를 고려할 때다. 면밀히 관찰하고 시의적절하게 대응한다면 좋은 투자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한 고객 계좌의 잔액을 확인하면서 연금저축의 높은 수익률에 놀란 적이 있다. 올초 연금보험에서 해외펀드 투자를 시작했는데 5개월도 되지 않아 연금펀드 수익률이 30%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지금은 펀드환매를 통해 이익을 실현한 후 선진국에 재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연금계좌 내에선 해외펀드에 투자해도 금융소득 종합과세에서 제외된다는 장점이 있다. 단기에 환매해도 환매수수료가 없고, 펀드 수수료도 일반펀드에 비해 저렴하다. 또 저율 분리과세(특정한 소득을 종합소득에 합산하지 않고 분리해 과세하는 것)에다 과세이연(원활한 자금운용을 위해 자산을 팔 때까지 세금납부 연기) 효과까지 혜택이 많다.

특히 조만간 퇴직이 임박한 퇴직 예정자라면 보험과 같이 정기적인 납입이 부담될 경우 여력이 있을 때 자금을 납입할 수 있는 ‘자유납’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신상근 <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장 sangkeun.shin@samsu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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