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연금] 효자보다 '효주(孝住)'…집 담보로 노후 자금 마련…주택연금, 배우자 먼저 사망해도 100% 지급

입력 2015-06-10 07:00  


통계청이 전국 1만9000여명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조사 결과’가 흥미롭다. “부모의 노후를 누가 책임져야 하나”라는 질문에 1998년 조사 땐 약 90%가 ‘가족’이라고 응답했다. 2014년에는 30%만이 가족을 꼽았다. 20년도 안된 기간에 가족이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3분의 2 이상 줄었다. 반면 부모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은 같은 기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부모 부양에 대한 세대 간 인식이 크게 변화하고 있는 점을 알 수 있다.

우리의 부모 세대는 과연 노후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현재 국민들이 가장 많이 의존하는 제도는 국민연금이다. 하지만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지급된 국민연금은 월평균 32만5000원으로 최저생계비의 절반에 그쳤다. 퇴직연금도 부족한 건 마찬가지다. 2005년 시행된 퇴직연금은 10년 만에 가입자 수 500만명, 적립금 규모 85조원을 돌파하는 등 큰 성과를 이뤘다. 하지만 가입자의 상당수는 퇴직연금 전환 과정에서 지금까지 쌓아왔던 퇴직금을 중간정산 받아 써버린 게 사실이다. 개인연금은 내집 마련 및 자녀 교육비 지출로 인해 가입할 엄두도 못 내는 사람이 많다.

충분치 않?공적·사적 자금

한국의 공적·사적 연금은 충분치 않다. 특히 60대 이상 가구의 보유자산 중 80%가 부동산에 치중돼 있다. 금융자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소유자산인 주택을 유동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전히 많은 노인들은 주택을 자녀에게 상속해 줄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정년 퇴직 이후 자식들에게 일찌감치 전 재산을 물려주고 손자 재롱을 보면서 노후를 보내다 세상을 뜨는 게 일종의 통과의례였다. 그런 게 축복받은 노후라고 평가되던 때가 있었다. 자식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고 부모로서도 여한이 없는 삶의 방식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퇴직 후에도 최소 20~30년을 더 살아야 한다. 소위 노인이 노인을 부양하는 ‘노노부양(老老扶養)’ 시대다. 물론 60대 자녀가 80대 부모를 봉양하면서 살기는 쉽지 않다. 부모가 마땅한 노후대책도 없이 집을 자녀에게 증여한다면, 결국 자녀의 노부모 부양 부담만 가중시키는 꼴이 된다.

인생을 가장 경제적으로 산 사람은 어떤 이일까. 사망하기 전 재산을 마음껏 쓴 뒤 장례비만 남긴 사람이라고 한다. 은퇴 후 남은 재산이 집 한 채뿐이라면 주택연금 가입을 고려해보는 게 최선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머튼 MIT대 교수는 주택연금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주택이라는 자산을 잘 활용해야 한다. 주택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기보다 지금의 소득을 창출하는 게 더 중요하다. 주택연금은 국채보다도 낮은 위험회피(헤지) 수단이 될 수 있다. 자신이 보유한 자산을 유동화해 매달 현금을 받을 수 있어서다. 이를 마다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9억원 이하 다주택자도 가입 가능

주택연금은 60세 이상(주택 소유자 기준) 노인이 소유한 집을 담보로 평생 생활비를 대주는 국가 보증 대출제도다. 자신이 소유한 집에서 평생 거주할 수 있다. 종전엔 9억원 이하의 1주택자만 가입할 수 있었다. 작년 11월부터 자신이 갖고 있는 주택의 합산가격이 9억원 이하인 다주택자도 가입할 수 있게 됐다. 주택 합산가격이 9억원을 초과하더라도 비거주 주택을 3년 내 처분하는 조건으로 가입이 가능하다. 다만 이 경우 2주택자에 한해서다.

주택연금의 월 수령액은 가입 당시의 연령과 주택가격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만약 70세의 주택 소유자가 3억원짜리 주택을 담보로 맡긴 채 가입한다면 매달 98만원씩 받을 수 있다. 가입 후 주택가격 변동과 상관없다. 가입 시점의 주택가격으로 연금이 결정돼 평생 지급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향후 주택가격 하락에 대한 위험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부부가 모두 사망하는 시점에 주택금융공사에서 주택연금을 정산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노부부가 연금으로 받은 액수보다 주택가격이 더 높다면 받은 금액만큼만 상환하고 주택을 자녀에게 상속할 수 있다. 집값이 많이 오르면 상속분이 많아지는 것이다. 받은 연금액이 주택가격을 초과하더라도 문제될 게 없다. 주택가격만큼만 상환하면 된다.

한국의 60~70대 장년층은 남성의 노동시장 참여도가 여성보다 월등하게 높다. 자산의 대부분은 남편 명의다. 그런데 여성의 기대수명은 남성에 비해 평균 4년 길다. 65세 이후 稚銖求?의료비 액수 역시 여성이 훨씬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런데 여성들이 받는 유족연금은 턱없이 적다. 국민연금·공무원연금만 해도 유족연금 액수가 일반 노령연금의 40~70% 수준에 불과하다. 여성들의 노후가 남성에 비해 훨씬 불안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주택연금은 다르다. 가입자(예를 들어 남편)가 먼저 사망하더라도 배우자에게 100% 똑같은 연금을 지급한다. 부부 모두가 사망할 때까지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100세 시대엔 효주(孝住) 찾아야

만약 주택을 구입할 때 받았던 은행 대출이 여전히 남아있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 문제될 게 없다. 특별한 월소득이 없어 대출금을 갚기 어렵더라도 주택연금을 받아 대출금을 갚고 연금도 받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주택연금 가입 때 일정한 범위 내에서 필요한 목돈을 일시에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목돈으로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하고 남은 금액만으로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주택연금을 받는 과정에서 갑자기 병원비나 자녀결혼 자금 등의 이유로 목돈이 필요해진다면 수시인출제도를 이용하면 된다. 목돈을 일시에 인출할 수 있다.

주택연금의 장점은 또 있다. 연금을 신청한 뒤로는 주택에 대한 압류·가압류 등의 법적 절차가 진행되지 못한다. 후순위 근저당권도 설정되지 않는다. 때문에 자녀가 부모의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받는 게 불가능하다. 이로 인해 부모와 자녀 간 불필요한 다툼 소지를 없애준다. ㅍ철捉?발생할 수 있는 자녀 간 재산상속 다툼도 막아준다.

얼마전 한 공기업에서 ‘은퇴자가 평생 후회하는 것’을 주제로 조사한 적이 있다. 이 결과 ‘노후자금을 준비하지 못한 것’과 ‘평생 즐길 취미가 없는 것’이 최상위권에 자리했다. 평생 열심히 일했지만 남은 게 집 한 채뿐이라는 노인들은 걱정만 할 필요가 없다. 자신의 집에서 살면서 평생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주택연금으로 노후자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노후자금으로 평생 즐길 수 있는 취미를 만든다면 막연하고 불안한 노후를 여유롭고 행복한 노후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장수 시대다. 요즘엔 효자(孝子)보다 효주(孝住)를 찾는 게 낫다.

김성수 < 한국주택금융공사 기금사업본부장 0608@hf.g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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