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맹탕 청문회'와 '뒷북 대책'

입력 2015-06-10 20:48  

진명구 정치부 기자 pmgj@hankyung.com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대책마련이 6월 임시국회의 최우선 현안으로 떠올랐다.

행정부를 총괄 지휘해야 하는 총리가 메르스 확산을 막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둘은 시급하면서도 따로 떼서 생각할 수 없는 중대 현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사흘간의 청문회는 ‘맹탕’이라는 혹평을 받았고, 메르스 ‘뒷북 대응’도 정부의 ‘늑장 대책’과 다를 것이 없다는 게 대체적인 여론이다.

총리 검증과 메르스 대응을 놓고 여야가 정치적 공방을 벌이고 있는 이유는 ‘알 권리 충족’과 ‘개인정보 보호’라는 두 가치가 정면충돌하고 있어서다.

지난 8일 시작된 인사청문회는 황 후보자의 변호사 시절 수임내역 중 법조윤리협의회가 비공개한 이른바 ‘19금 자료’ 제출을 둘러싼 공방으로 힘을 뺐다. 법조윤리협의회가 뒤늦게 제출했지만 의뢰인 등 정보 공개 수위를 놓고 또다시 이견을 보였다.

인사청문회 여당 간사인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기자에게 “의뢰인의 비밀을 보장받을 권리는 마치 ‘고해성사에 대한 성직자의 비밀 유지’처럼 절대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8일 청문회 증인 및 참고인으로 출석한 법조계 전문가들은 변호사 수임사건에 대해서는 알 권리보다 개인정보 보호 쪽에 방점을 찍었다.

메르스 확산과 관련해서도 야당과 정부는 정반대 입장을 보였다. 야당이 초기부터 감염자 발생 병원의 정보 공개를 요구한 반면 정부는 각 병원의 정보보호와 국민 불안을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병원 이름이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파돼 국민 불안을 더 키운 측면이 많다.

한 법조인은 “국민 다수의 생명이 걸린 전염병에 대해 개인 ‘프라이버시’ 잣대를 들이댄 것은 너무 한가하지 않느냐”고도 했다. 뒤늦게 정부가 병원 이름을 공개했지만 알려진 것을 확인해 주는 것에 불과했다. 총리 후보 검증과 메르스 확산대책을 놓고 해결 주체들이 엇박자를 내는 것은 ‘공익’보다 ‘정치적 이해득실’을 우선하는 정치권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진명구 정치부 기자 pmg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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