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교역이 위축될 때 상대국이 받는 충격의 강도는 물론 나라마다 다릅니다.중국에 대한 교역 의존도가 큰 나라일수록 충격의 강도가 더 크겠지요. 충격 강도의 차이는 교역 증감률의 추이로도 나타납니다.
중국의 주요국과의 교역 통계를 들여다봤습니다.지난해 중국과 주요국의 교역 증감률과 올들어 5월까지의 교역증감률을 비교해봤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결과가 나오네요. 통상 정치외교적 관계가 얼어 붙으면 경제교류도 위축될 것으로 보지요. 하지만 현실은 다소 차이를 보입니다.
중국이 주도하는 국제금융기구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설립에서부터 남중국해에서의 인공섬건설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영향력 확대 행보에 대해 미국의 견제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남중국해에서 미중간 무력충돌가능성까지 거론하는 시각도 있을 정도 입니다.하지만 두 나라간 교역은 올들어 5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습니다.지난해 전체적으로 미중교역액 증가율이 5.4%인 것을 감안하면 증가율이 절반수준으로 둔화된 겁니다.
하지만 중국 전체의 교역증가율이 지난해 2.3%에서 올들어 5월까지 -7.8%로 감소세로 돌아선 것에 비하면 미중간 교역은 상대적으로 선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남중국해 분쟁 당사국으로 중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베트남과의 교역은 지난해 26.5% 증가에서 올들어 15.1% 증가로 둔화됐습니다.중국과 교역하는 주요국가운데는 교역 증가율이 가장 높습니다. 정냉경열(政冷經熱)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중국이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일극체제를 허물기 위해 동맹을 강화하고 있는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 등)국가들과의 교역은 올들어 크게 뒷걸음질 쳤습니다. 러시아와의 교역은 지난해 5.6% 증가했지만 올들어 5월까지 3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중국의 주요 교역국 가운데 감소율이 가장 큽니다.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교역도 지난해 8.7% 감소에서 28.8% 감소로 감소폭이 크게 확대됐습니다.브라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지난해 4.9% 감소한데 이어 올들어선 21.7% 감소로 역시 감소율이 크게 확대됐습니다.정열경냉(政熱經冷)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인도가 6.8% 증가에서 1.2% 증가로 둔화됐지만 여전히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 수준입니다.중국과 브릭스국가간의 교역이 정치적 밀접도에도 불구하고 크게 둔화되고 있는 이유는 대부분 대중국 자원수출국이기 때문입니다.중국 경기둔화로 국제원자재 수입이 크게 줄고 있는 게 실적으로 반영된 겁니다.
물론 정냉경냉(政冷經冷) 도 있습니다.일본과의 교역이 그렇습니다.지난해 1% 감소에서 올들어 5월말까지는 전년동기 대비 11.2% 감소로 감소폭이 크게 확대됐습니다.일본 엔화가 큰폭의 절하를 했지만 중국과의 교역은 지지부진한 겁니다.
한국은 어떨까요.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할만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사드문제로 한중간 불협화음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한중교역액은 지난해 4.8% 증가에서 5% 감소로 돌아섰지만 올들어 전체 교역 감소율(-7.8%)보다 낮아 상대적으로 선전했다는 평을 듣습니다.
중국과 교역을 맺는 나라들과의 실적 차이는 정치가 경제에 영향을 주겠지만 절대적인 영향력을 주지는 못한다는 사실입니다.실제 교역 현장에서는 경제적인 편익과 비용이 정치적인 관계보다 더 중요한 요인임을 보여줍니다./중국전문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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