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또 내렸다

입력 2015-06-11 19:02  

연 1.5%로 '사상 최저'…"가계빚 적극 관리 필요"
이주열 "우린 금리 내렸다…이젠 정부가 구조개혁 서둘러야"

수출 부진한데 메르스발 소비심리 급랭
성장률 전망치 내달 2%대로 내릴지 주목



[ 김유미 / 황정수 기자 ] 한국은행은 11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으로 인한 경제 타격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석 달 만의 추가 인하로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치인 연 1.50%로 내려갔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이같이 조정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수출이 부진한 데다 소비가 메르스 사태로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며 “경제주체 심리와 실물경제활동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려면 선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은의 금리 인하가 10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를 눈덩이처럼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도 이를 의식한 듯 “금리 인하는 가계부채 확대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관계당국은 더 적극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통위는 지난달 “경제주체들?심리가 개선됐다”며 2분기 이후 경기회복에 희망을 걸었다. 하지만 최근 메르스 확산으로 소비가 위축되는 모습을 띠자 한 달 만에 낙관론을 접은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총재는 “기존에 전망했던 성장 경로의 하방 위험이 커졌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예상한 올해 성장률 3.1%가 위태롭다는 진단이다.

내수 악재를 금리 인하로 대응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침몰사고로 소비가 얼어붙자 한은은 8월과 10월에 0.25%포인트씩 금리를 내렸다. 올 들어선 엔화 약세로 인한 수출 부진까지 경기 발목을 잡았다. 한은은 3월 기준금리를 2009년 2월(연 2.00%) 이후 최저치인 연 1.75%로 내렸다.

이번 금리 인하도 시장에선 예상을 했다. 올 들어 수출액(통관 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5개월 연속 감소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연내 금리 인상을 공식화하자 시장에선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기회는 6~7월뿐’이란 분석이 많았다. 김선태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심리가 메르스 때문에 주춤한 게 확인되니까 한은으로선 금리 인하가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금융중개지원대출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금통위원의 이례적 당부

추가 금리 인하의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지난 4월 시중 통화량(M2)은 전년 동월 대비 9.0% 급증해 2010년 7월(9.3%) 이후 최대폭을 나타냈다. 돈은 이미 많이 풀려있다는 얘기다. 송두한 NH농협지주 금융연구센터장은 “금리 인하 효과가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에만 나타난다는 게 문제”라며 “중기적인 경기순환을 봐야 하는데 메르스 때문에 단기 처방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적인 경제심리 개선보다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초저금리에 부동산 규제 완화까지 겹치며 가계부채는 매달 급증세다. 자산거품을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제 체력 자체를 키우기 위한 정부의 구조개혁은 제자리걸음이다. 오랜 초저금리가 ‘좀비 기업’의 구조조정을 늦춰 경쟁력을 후퇴시킬 것이라는 걱정도 많다.

이 같은 우려에 금통위원들도 자유롭지 못했다. 이주열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늘 금통위원들이 두 가지에 대해 견해를 같이했다”며 이례적인 당부를 전했다. 첫 번째는 구조개혁을 통한 성장 잠재력 확충, 두 번째는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관리다. 그는 “금리정책은 기본적으로 경기 대응책”일 뿐이라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구조개혁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리인하 막차 탔나

채현기 KTB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통화정책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는 뜻”이라며 “이제 정부 정책으로 관심이 옮겨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추가부양책부터 가계부채 대응 등 미시적인 대책까지 정부 역할이 남았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이번 금리 인하가 마지막일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렸다.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그동안 하락했던 채권시장 금리는 이날 반등했다. 애써 단행한 금리 인하의 효과가 반감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원·달러 환율도 이 총재의 간담회 직후 잠깐 하락세(원화가치 상승)를 보였다. 금리 인하는 자국 통화가치를 하락시키는 요인인데 거꾸로 움직인 것이다. 이전까지 투자은행(IB) 일부에선 ‘한은이 원화가치 하락을 위해 글로벌 완화경쟁에 뛰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이날 이 총재는 “환율엔 수많은 변수가 작용한다”는 원칙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최근 수출 부진엔 세계 경기의 회복세 지연 등 구조적 요인도 있으므로 금리 인하의 긍정적 효과는 제한적”이라고도 말했다.

한은은 다음달 ‘수정 경제전망’을 내놓는다. 지난 4월 내놓았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 3.1%는 하향 조정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 총재는 “메르스 피해는 확산 정도와 기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매일 모니터링 중”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담은 미국의 금리 인상 여파다. 미국이 금리를 올해 올리면 국내 금리와 격차가 좁아지면서 자본 유출이 일어날 수 있다. 이 총재는 “다른 신흥국과 달리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은 튼튼하다”며 금융시장 불안 가능성을 낮게 봤다.

김유미/황정수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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