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 감염경로 모호한 '미스터리 환자' 나와…'병원 밖 전염' 우려 확대

입력 2015-06-11 21:22  

사우디 다녀온 친구 만난 평택 경찰관, 확진 판정
삼성서울 외래환자도 감염…공기 전파 가설에 힘 실려
메르스 환자, 무분별 접촉…감염자 수 더 늘어날 수도



[ 고은이 기자 ]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다. 삼성서울병원 단순 외래환자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기존 환자와 ‘밀접 접촉’이 확인되지 않아 그동안 보건당국의 관리망 밖에 있었다. 보건당국은 “이 환자들의 경유 병원을 모니터링해 3차 유행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감염 경로 찾고 있다”

11일 정부는 메르스 확진자가 전날보다 14명 늘었다고 발표했다. 총 122명이다. 추가 환자 중 9명은 삼성서울병원에서 노출됐다. 한 명은 한림대동탄성심병원에서 확진자와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나머지 환자들이다. 기존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사실이 발견되지 않아 보건당국이 역학조사에 애를 먹고 있다.

경기 평택경찰서 경찰관인 119번 환자(35)는 메르스 발생 병원을 다녀온 적이 없다. 지난달 26, 28일 사우디아라비아에 다녀온 친구와 술자리를 한 뒤 31일 발열 증상이 나타나 평택 박애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1차 검사에서 메르스 양성이 나와 3일 서울의료원에 격리됐다가 2차 검사에선 음성으로 판정돼 4일 퇴원했다. 하지만 증상이 악화돼 5일 다시 재입원했고, 이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은 “이 환자의 정확한 감염 경로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며 “감기 증상이 나타나 들른 평택 박애병원에서 확진자와 접촉한 것은 아닌지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추가 역학조사에서 특정 환자와 접촉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 첫 병원 밖 전파 사례가 될 수도 있다. 사우디에 다녀온 친구가 또 다른 ‘전파자’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응급실 밖에서도 ‘확진’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밖 외래환자도 메르스로 확진됐다. 지금까지 삼성서울병원 확진 환자 56명 중 55명은 14번 환자(35)가 지난달 27~29일 머물렀던 응급실 내에서 나왔다. 그러나 이날 추가로 확인된 115번 환자(77)는 응급실에 들어가지 않고 27일 정형외과 외래진료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서울병원 측은 “이 환자는 진료 전 엑스레이 검사를 했는데 검사 직후 응급실 근처 화장실에 들렀다. 이때 14번 환자에게 직간접적으로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14번 환자의 비말(호흡기 분비물)이 묻은 의료기기(엑스레이), 문고리, 안전바 등이 전파 매개가 됐을 수도 있다. 이 경우 ‘2m 이내 밀접하게 접촉하는 경우에만 감염된다’는 보건당국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삼성서울병원은 115번 환자가 응급실에 들어갔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폐쇄회로TV(CCTV)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바이러스가 제한적인 형태의 공기 전파를 통해 퍼질 수 있다는 가설도 힘을 얻고 있다. 엄중식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가 배출한 바이러스가 변기에 있는 상태에서 그냥 물을 내려버리면 에어로졸(미세 침방울) 형태로 될 가능성이 일부 있다”고 말했다. 평택성모병원 병실에서 고농축된 바이러스가 한꺼번에 병동 전체로 퍼졌듯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에어로졸이 발생, 비말보다 더 멀리 날아갔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얘기다.

○노출자 ‘우후죽순’

메르스 환자가 보건당국의 예상보다 광범위한 장소에서 발생하면서 환자와 접촉한 사람 수도 크게 늘고 있다. 전남지역 첫 확진자인 113번 환자(64)는 메르스 노출 이후 11일간 종교행사와 결혼식 등에 참석하며 수백명과 접촉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전남 보성으로 내려올 때 지하철과 고속버스를 이용했고, 직원 13명이 근무하는 직장에도 정상 출근했다. 지난달 29일과 지난 1일엔 광주지검 순천지청에서 소환 조사까지 받았다.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경찰관 119번 환자는 증상이 나타난 후에도 메르스인 줄 모르고 같은 수사팀 동료 9명과 함께 일했다. 직업이 목사인 89번 환자(59)는 신도 10여명이 참석한 예배를 집전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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