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 인천공항 검역관 1명이 1100명 검사…중국서 입국 70%는 검역 못해

입력 2015-06-14 22:35  

구멍 뚫린 방역안보

해외 유입 전염병에 속수무책
인력부족에 '방역 최전선' 공항·항만 구멍
예산도 제자리걸음…열감지카메라 83대뿐



[ 조미현/조진형 기자 ]
하루 평균 7만여명이 입국하는 인천국제공항. 이곳에서 입국자의 감염병 검역·검사 등 실무를 담당하는 검역관(일반 행정직, 공중보건의 등 제외)은 62명이다. 검역관 한 명당 하루 입국자 1100여명, 연간 40만명을 담당하는 것이다. 지난해 ‘신종 감염병 대유행 시 질병관리본부 비상인력 운영계획 연구’에선 입국자 수를 고려할 때 검역관 수는 272명이 적정하다고 분석했다. 현재의 4배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책임 연구자였던 백민호 강원대 재난관리공학과 교수는 “평상시 인천국제공항 검역 현황을 살펴보면 중국에서 들어오는 입국자의 20~30%만 검역을 하고 있다”며 “현재 인력으로는 해외에서 유입되는 전염병을 원천봉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은 방역 안보의 허술한 ‘최전방’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방치된 공항·항만 검역소

질병관리본부 산하의 검역소 대부분은 인력이 부족하다. 국립검역소에 따르면 하루 평균 3만5000여명이 해외에서 들어오는 김포공항의 검역관은 네 명뿐이다. 하루 입국객 3000여명 수준인 청주공항의 검역관 수와 같다. 입항한 배를 직접 조사해야 하는 항만 검역소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4만7718척의 배가 입항한 부산항을 비롯해 감천항, 다대포항, 수영만, 부산신항 등을 담당하는 부산검역소 직원은 41명뿐이다. 1만7700척이 들어온 인천항에는 12명의 검역관이 근무하고 있다.

장비도 부족하다. “외국선박이 입항하기 직전에 검역관들은 검역소 배를 대고 올라가 감염병에 걸렸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인천항 등에 있는 검역소 배는 작고 낡아 파도가 높은 날엔 배를 대기 어려울 정도”라고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전했다. 입국자의 발열 정도를 검사하는 열감지카메라는 전국에 83대밖에 없었다. 평택항, 양양공항, 제주공항 등은 사용연한 8년이 지난 카메라를 쓰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올해 부랴부랴 총 10대의 열감지카메라를 추가로 구입했다.

◆비전문가 목소리만 커

검역소를 지휘하는 질병관리본부의 방역 전문인력도 태부족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에서 나타났듯 ‘질병 수사관’으로 불리는 역학조사관 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다. 질병관리본부 소속 역학조사관은 14명에 불과하다. 이 중 2명을 제외하면 모두 군복무를 대신하는 초보 공중보건의다.

질병관리본부는 복지부 산하 공무원 조직이지만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두 배나 많다. 총 직원 948명 중 정규직은 318명(33.5%)에 불과하다. 지난 5년 사이 비정규직을 450명에서 630명으로 40%(180명) 늘렸다. 상당수는 석·박사 출신 전문가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의 한 직원은 “석·박사 전문가는 복지부문 등에서 넘어온 비전문가인 공무원 밑에서 발언권조차 갖지 못하는 말 그대로 계약직”이라며 “1급 개방직인 질병관리본부장도 베테랑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연봉이 9000만원 정도밖에 안된다”고 지적했다.

◆감염병 예방 예산은 뒷전

질병관리본부 예산을 보면 방역 체제에 대한 정부 인식을 알 수 있다. 올해 예산은 5663억원으로 2013년 3863억원에 비해 46%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지만 착시다. 예방접종 예산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올해 예방접종 예산은 2623억원에 이른다. 이를 제외하면 2013년에 비해 8% 느는 데 그쳤다.

신종 감염병 예방에 쓰이는 예산은 미미할 뿐 아니라 정확히 구분조차 안돼 있다. 거액이 필요한 안전실험실과 음압격리병상, 국제표준물질 등을 확보하는 일은 항상 뒷전이다. 정부 관계자는 “전염병이 터진 이듬해엔 예산을 일시적으로 늘렸다가 잠잠해지면 대폭 줄이는 걸 반복해왔다”며 “감염병 예방 차원에서 필요한 중장기 투자는 항상 후순위로 밀렸다”고 했다.

조미현/조진형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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