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 트렌드 주점 '문전성시'
[ 강창동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강남역 상권 이면도로변에는 재미있는 실내포장마차가 있다. 건물 2층에 자리잡은 ‘신라의달밤’이 바로 그곳이다. 전문가들은 이 가게를 ‘감성 주점’이라고 규정한다. 이 점포를 감성 주점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1980~1990년대 추억의 감성을 자극하는 매장 분위기 때문이다. 매장 곳곳에 써놓은 재미있는 글들이 술맛을 더해준다. 231㎡(약 70평) 크기의 이 점포 월평균 매출은 1억7000만원, 순익은 2450만~2800만원을 오르내린다.
이 점포를 운영하는 최현덕 사장(41)은 “술을 마시는 손님들을 재미있게 하는 요소를 모두 끌어다 모았더니 20대에서 50대까지 전 연령층이 좋아하는 술집이 됐다”고 말했다.
◆1980년대 거리 연상시키는 매장 내부
이 가게에 들어서면 1980~1990년대의 인기가요가 흘러나온다. 감성적인 분위기와 함께 추억 속의 길거리 문화를 재현한 인테리어와 소품으로 재미있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인테리어는 전통시장의 막걸리 골목을 연상시키는 듯한 모습으로 꾸며져 있다. 전봇대와 가로등 소품 하나하나가 추억과 감성을 자극한다.
칸막이 좌석마다 하나의 작은 막걸리집처럼 꾸며져 있고 그 위에는 간판이 하나씩 달려 있는데 씌어 있는 글들이 재미있다. ‘지나친 음주는 감사합니다’ ‘안주빨 세우는 당신 성공하실 겁니다’ 이런 식이다.
실내에 마련된 ‘달밤부엌’에서는 손님이 직접 라면이나 달걀프라이, 옛날소시지 등을 조리해 먹을 수 있어 셀프 시스템의 재미까지 더했다. 막걸리를 마시는 잔도 실용신안 특허를 받았다고 한다. 잔에 3분의 1 정도 따르면 막걸리 담긴 모습이 초승달처럼 보인다고 해서 신라의달밤이라고 가게 이름을 지었다는 설명이다. 이곳의 메뉴는 요리사 출신인 최 사장이 직접 개발했다.
이처럼 주점가에는 복고바람이 가세게 불고 있다. 1990년대 KBS2 채널에서 방영된 심야토크쇼 프로그램 ‘밤과 음악사이’라는 이름을 딴 주점이 2000년대 중반 문을 열어 지금까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소주와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일반 술집이지만 무대가 있어 춤도 출 수 있다.
◆복고와 재미가 지배하는 주점 시장
창업시장에서도 복고(retro)와 재미(fun)를 앞세운 매장 콘셉트가 주점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이런 종류의 주점들을 업계에서는 ‘감성포차’라고 부른다. 재미와 추억이라는 감성에 호소하기 때문이다. 감성포차의 특징은 우선 인테리어 측면에서 ‘코리안 빈티지’를 표방하고 있다. 코리안 빈티지는 1970년대에서 1990년대까지 전통시장의 모습이나 동네 가게, 담벼락, 간판, 전봇대 등의 이미지를 점포 안으로 옮겨 놓은 분위기를 의미한다. 색감도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등 원색으로 일관한다. 20대 젊은이들은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새로움과 호기심에 재미를 느끼고, 중년의 직장인은 추억을 회상하며 과거의 그리움에 젖게 된다.
감성포차들은 신라의달밤이 그렇듯 상호도 재미있다. ‘달동네포장마차’는 예전 달동네를 테마로 잡고 있다. 경제적으로 어렵고 힘든 시절 서로 돕고 살았던 달동네 분위기를 연출했다. ‘구(舊)노(路)포차’도 영화 세트장처럼 오래전 거리에서나 볼 수 있던 포장마차 분위기를 실내에 재현했다. 벽화로 1970~1980년대 골목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모습을 그려 놓아 눈길을 끈다. ‘버들골이야기’는 감성이 담긴 해산물 주점을 표방한다. 간판 위에 자전거가 올려진 독특한 외관과 벽면을 가득 채운 메모지가 특징이다.
강병오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겸임교수(창업학 박사)는 “길거리 포장마차가 거의 사라진 뒤 포장마차에 대한 수요가 실내로 이동했다”며 “실내포차 시장은 퓨전포차에서 기업형 포차로 넘어갔다가 최근 감성포차로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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