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여전한 오피스텔 '깜깜이 분양'

입력 2015-06-15 20:36  

홍선표 건설부동산부 기자 rickey@hankyung.com


[ 홍선표 기자 ] “손님, 이틀 만에 대부분의 물량 계약이 끝났어요. 계약 취소 물량이 있으면 먼저 전화를 드릴 테니까 꼭 계약금을 걸어 놓으세요.”(A오피스텔 분양상담원)

지난주 경기 남부지역에 있는 한 신도시 오피스텔 모델하우스에 들른 기자는 분양상담원의 집요한 설득에 시달렸다. 취재를 위해 신분을 감춘 기자에게 상담원은 “실투자금 2000만원만 있으면 연 5%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며 “이미 물량이 동난 상태”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모델하우스를 나온 뒤 한 분양업계 관련자에게 문의하자 “그 오피스텔은 분양이 잘 안돼 미분양 물량이 상당하다”는 정반대 얘기를 들려줬다.

업무시설로 분류되는 오피스텔은 아파트(주택법 적용)와 달리 건축법 적용을 받는다. 아파트를 분양하기 위해선 금융결제원 관리시스템을 통해 인터넷 청약을 진행하고 그 경쟁률도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오피스텔 분양은 전적으로 사업자에게 맡겨진다. 청약 경쟁률 등 해당 단지의 선호도를 객관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 오피스텔 수요자는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나 분양상담원 설명에만 의존해 淄占愎育?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오피스텔이 주거용으로 자리 잡은 지는 오래됐다. 하지만 이런 ‘깜깜이 분양’은 고쳐지지 않고 있다.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섞여 있는 대규모 복합단지를 조성하고, 거실과 방 세 개를 갖춘 전용면적 84㎡의 주거용 오피스텔을 ‘아파텔’ 또는 ‘하우스텔’이란 이름으로 홍보하는 사업자들도 제도 개선에는 관심이 없다. 한 대형 건설회사 관계자는 “분양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청약 경쟁률을 굳이 나서서 소비자들에게 먼저 공개할 이유가 없다”고 털어놨다.

국토교통부가 제도 개선에 나서지 않는 한 주거 목적의 오피스텔 수요자들이 최소한의 분양 과정 정보를 얻는 건 현재로선 힘들다. 실거주용으로 오피스텔을 구입하더라도 같은 단지 내 아파트보다 네 배나 높은 4.4%의 취득세를 내야 하는 등의 문제도 있다. ‘오피스텔은 애초에 업무시설이라 그렇다’는 말만 반복하는 건 이미 주거용 오피스텔이 보편화된 현실과는 동떨어진 행정이 아닐까.

홍선표 건설부동산부 기자 rick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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