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라리온서 에볼라 주삿바늘 사고
"의사 생활 13년만에 처음 겪는 일…할일 못해 더 안타까웠다"
동남아·아프리카 종횡무진 봉사…"남매에 자랑스러운 엄마 되고파"
[ 이미아 기자 ] “남들이 꺼리는 위험지역에 의료봉사 활동을 가는 이유요? 저 자신을 위해서죠. 의사로서 살아있다는 믿음을 지킬 수 있으니까요.”
지난해 12월 에볼라 바이러스 한국 구호대 1진으로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 파견됐고, 지난달 초엔 서울다일교회(목사 최일도)가 이끄는 다일공동체 의료팀 소속으로 네팔 대지진 피해 현장에 다녀온 최영미 시화병원 응급의학과장(45·사진). 최근 경기 시흥 시화병원 응급실에서 만난 그는 “모든 의사가 같은 마음일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또 그는 “요즘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때문에 환자 진료시 위생관리와 체온 검사 등 세세한 부분에 평소보다 훨씬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했다.
한림대 의대에서 응급의학을 전공한 최 과장은 올해로 전문의 13년차이자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중학생 때부터 의사를 꿈꿨다. 매일 격무에 시달려 인기가 별로 없는 응급의학과를 선택한 이유로는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의사임을 알리며 신앙과 봉사를 실천할 수 있는 최적의 전공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2013년 12월 의료봉사를 하러 라오스에 간 이후부터 해외 의료봉사 활동에 적극 나섰다. 그는 “현지의 열악한 환경을 마주하고는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언제든 달려가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사건 발생 후 2박3일간 진도 팽목항에서 잠수부 의료 지원을 했고, 지난해 10월엔 필리핀 자원봉사를 다녀왔다. 그후 에볼라 바이러스 구호대 1진으로 시에라리온에 들어갔다.
“한번 결정하면 망설이는 성격이 아닙니다. 시에라리온에 갈 때도 딱 닷새만 고민했을 뿐이에요.”
최 과장은 시에라리온에서 아찔한 순간을 경험했다.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환자를 채혈하다 환자가 몸부림치는 바람에 손가락에 주삿바늘이 스쳤다. 감염 우려로 인해 독일 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격리 치료를 받았다. “의사 생활 13년 만에 처음 겪는 일이었다”며 “계속된 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와 안심했지만, 할 일이 많은데 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안타까움이 컸다”고 회상했다. 시에라리온에서 겪은 사고도 그의 봉사정신을 꺾진 못했다. 최 과장은 지난달 4~8일 네팔 대지진 피해 지역인 신두팔촉에 열흘간 머물며 부상자들을 돌봤다.
최 과장이 현재 근무 중인 시화병원 응급실도 언제나 바쁜 공간이다.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시화공단과 반월공단이 인접해 있고, 대부도와 제부도 등 관광지가 가까이 있어 평일 밤과 주말엔 늘 비상대기 상태다. 그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을 하다 골절상과 피부 손상, 화상 등을 입어 응급실에 오는 경우가 꽤 있다”며 “최근엔 병원에 통역 안내데스크가 생겨 의사소통 문제가 많이 해결됐다”고 말했다.
최 과장은 열두 살 딸과 열 살 아들을 둔 워킹맘이기도 하다. 그는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땐 엄마와 떨어지는 걸 많이 힘들어 했는데 요즘은 남편과 더불어 가장 든든한 응원군이 됐다”며 “남매에게 자랑스러운 의사 엄마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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