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街,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무산 가능성 두고 '갑론을박'

입력 2015-06-16 08:45  

[ 최성남 기자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둘러싸고 삼성그룹과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여의도 증권가에서도 합병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기업 분석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 사이에서 실제 합병 가능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16일 "전날 일부 증권사에서 제기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무산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백광제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도 "삼성이 7월17일 열리는 주주총회 표대결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며 "현재상황에서 삼성물산 측의 우호지분이 19.8%인데 비해, 엘리엇의 지분은 7.1%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김철범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성사된다고 해도 해외 소송까지 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삼성 측이 이번 합병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 센터장은 "해외소송에서 합병비율을 자산 기준으로 산정하게 된다면 엘리엇의 손해배상 청구액은 2조~3조원에 달할 수 있는데 이에 비해 삼성 측이 삼성물산 지분을 추가로 10%포인트 늘리는 데 드는 비용은 1조원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합병 포기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병화 애널리스트는 "삼성그룹 입장에서 합병을 포기하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며 "엘리엇과 향후 소송에 따른 위험보다 눈앞에 닥친 후계구도의 확정이 그룹에서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백광제 애널리스트도 "합병 발표 이후 엘리엇이 어떠한 금전적 손해도 입은 바 없고, 소송을 해외로 끌고 가더라도 손해액 입증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불어 향후 벌어질 수 있는 표 대결 양상에 대해서도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김 센터장은 "현재 상황에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안이 표 대결까지 갈 경우 삼성이 이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삼성 측의 삼성물산 우호지분이 19.8%인데 비해, 7.1%를 보유한 엘리엇 측에 우호적일 것으로 보이는 외국인 투자자의 지분은 26.7%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센터장은 10.2%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 유동적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한 애널리스트는 "삼성그룹 지분(우호지분 포함) 22%, 국민연금 10.1%, 국내기관 7.7% 등 약 40%는 이번 합병에 찬성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엘리엇을 포함한 해외 펀드 전체의지분율인 34%보다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국민연금이 반대를 하거나 기권할 확률도 높지 않다"면서 "국민연금은 현재 약 1조원 이상의 제일모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합병 무산시 제일모직의 주가 하락은 명백해 엘리엇의 주장에 동의할 가능성이 낮다"고 했다.

더불어 국민의 재산을 위탁관리하는 국민연금이 해외 헤지펀드와 동조하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한 애널리스트의 추정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합병이 이루어지면 삼성물산 주주들은 향후 그룹의 성장엔진이 될 바이오 부문의 가치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합병 후 통합법인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1대 주주가되고, 2020년 기준 통합 법인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의 약 30%가 바이오 부문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최성남 한경닷컴 기자 sul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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