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동휘 기자 ]
충남 태안 근흥초등학교에서 지난 16일 열린 신한은행의 ‘이동 금융교실’ 수업을 지켜보던 교사들은 한목소리로 “학생은 물론 교사 대상의 금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금융교육을 하려면 교사 교육 프로그램부터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5월 강원지역에서 첫선을 보인 신한은행의 ‘우리 학교에 신기한 은행이 왔어요’ 프로그램은 금융감독원이 학교에서의 금융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올 하반기부터 추진하는 ‘1사(社)1교(校) 금융교육’의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재미있는 금융교육 늘려야
충남 태안에서 자동차로 30분을 달려 도착한 근흥초등학교는 서해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있었다. 단위농협 창구 외엔 금융회사 지점이 전혀 없는 시골이다. 오전 8시께 이동하는 금융교실 차량이 교정으로 들어서자 50여명의 전교생이 구경하느라 북새통을 이뤘다. 은행 창구의 대기 번호표를 처음 뽑아봤다는 아이들은 신한은행 직원들과 3시간 동안 함께한 뒤 환전까지 척척 해냈다.
한 달 전 신한은행이 근 点却?처음 접촉했을 때만 해도 학교 측은 “2시간이면 충분하지 않나요”라며 퉁명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금융교육, 경제교육은 재미없다’는 뿌리깊은 불신이 만연한 데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확산하면서 프로그램 자체가 취소될 위기도 있었다. 사실 근흥초와 같은 농어촌 소재 학교가 경험하는 금융·경제 관련 행사는 1년에 한두 차례다.
하지만 신한은행이 은행 지점을 버스에 그대로 구현한 체험형 금융교실을 눈앞에 펼쳐놓자 교사들의 반응부터 달라졌다.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할 정도로 재밌어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자 그 자리에서 불신의 벽을 허물었다. 4학년 최아라 양은 “게임할 때 쓰던 비밀번호를 은행 창구에서 직접 눌러보니 신기했다”고 말했다.
○경제교사 교육 강화해야·
이날 현장 금융교육에선 교사들의 관심이 예상보다 뜨거웠다. 신윤진 신한은행 사회공헌부 부부장은 “농어촌 학교뿐만 아니라 서울에서도 교사들의 금융지식이 부족한 편으로 교육수요가 예상보다 많다”고 말했다.
근흥초만 해도 교사들이 받는 금융교육은 형식적으로 이뤄진다. 1년 두 차례 의무적으로 진행되는 성교육 시간에 금융회사들이 강사비를 지원하면서 대신 교사를 상대로 상품 마케팅을 벌이는 식이다. 박철호 근흥초 교장은 “비과세 상품이 뭐고, 이자를 좀 더 받으려면 어떤 상품에 가입해야 하는지 재테크 얘기만 듣고 끝난다”며 “아이들 금융 지식을 높이려면 교사들부터 배워야 하는데 현실은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이 전국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대상으로 올 하반기부터 1사1교 프로그램을 도입해 금융회사로 하여금 금융수업을 하도록 했지만 각 학교가 받을 혜택은 1년에 고작 4시간이다. 전문가들은 각 학교의 경제교사를 경제·금융 전문교사로 적극 양성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태안=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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