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에 메르스…움츠러든 재건축 거래

입력 2015-06-17 21:15  

"집 보러 다니기도 조심스러워"

이달 개포주공 거래신고 4건
중개업소 찾는 발길 뜸해지자 호가도 1000만~2000만원 ↓
그래도 '금리인하 호재'로 노원·강북 등엔 문의 꾸준



[ 김보형 기자 ]
1만2410가구에 달하는 서울 개포동 개포주공 1·2·3·4·시영 등 5개 재건축 추진 아파트의 이달 매매거래 신고 건수는 4건에 그친다. 실거래가 신고기한이 60일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난 5월(65건), 4월(121건)과 비교해 크게 줄었다. 봄 이사철이 끝난 계절적 비수기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까지 겹치며 기존 주택시장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개포주공1단지 종합상가 내 한 공인중개사는 “이달 들어 집을 보러 오겠다는 손님이 거의 없다”며 “집주인들도 낯선 사람과의 접촉을 꺼리면서 계약을 미루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거래 한산한 강남 재건축시장

1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16일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6018건으로 5월(1만2695건)에 비해 소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메르스 환자가 대거 발생한 일원동 삼성서울병원과 메르스 환자의 개포동 재건축조합 총회 참석 여파로 강남구 일대 재건축 아파트의 투자 수요가 줄었다고 인근 중개업계는 설명했다. 개포동 남도공인의 이창훈 대표는 “부동산 경기 회복으로 재건축 사업 추진이 빨라지면서 지난달 2000만~3000만원 호가가 오르는 등 분위기가 좋았다”며 “그런데 메르스 발병 뒤 투자자 발길이 급감했다”고 말했다.

통상 5월 초·중순부터 봄 이사철이 마무리되면서 6월 거래량은 5월보다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올해는 전세난에 따른 매매전환 수요 증가로 비수기가 사라졌다고 할 정도로 5월 중·후반까지 거래가 활발했다. 이 때문에 이달도 거래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거래가 뜸해지자 아파트값도 소폭 내렸다. 개포주공1단지 41㎡(이하 전용면적)는 지난달 최고 7억2000만원에 거래된 뒤 이달 초에는 호가가 7억4000만원까지 올랐으나 최근에는 7억3000만원 매물도 나왔다. 메르스 사태 확산 전 5억원까지 올랐던 개포시영 28㎡도 이달 들어 4억9500만원으로 실거래가가 떨어졌다.

◆“금리인하로 거래 살아날 것”

메르스에 따른 강남 재건축 시장의 거래 공백은 해소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 등으로 부동산 투자 환경이 한층 개선된 데다 기존 주택시장 회복으로 재건축 사업성도 좋아졌기 때문이다.

개포지구의 경우 5개 단지 모두 재건축 사업이 순항 중인 것도 이유로 꼽힌다. 개포주공 1단지는 다음달께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할 계획이고, 4단지 역시 사업시행인가 신청을 앞두고 있다. 사업 속도가 빠른 2단지는 이달까지 재건축 이주를 마무리한다. 3단지와 시영은 지난달 조합원 추가분담금을 확정하는 관리처분총회를 마쳤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은 재건축 기대감으로 전주보다 0.19% 올랐다.

중소형 아파트가 모인 서울 노원구와 도봉구, 강북구 등도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 시점에 맞춰 내 집 마련에 나서겠다는 세입자들의 문의가 꾸준하다고 인근 중개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박상언 유엔알 컨설팅 대표는 “강남 재건축 시장은 분양시장 호조로 시간이 갈수록 활기를 띨 것”이라며 “강북지역도 저금리에 따른 매매전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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