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표절 논란 '우국' 번역자 "비슷한 것 맞지만 각자 판단하길"

입력 2015-06-18 00:53   수정 2016-10-27 23:01


김후란 "20년 전 번역…개입 원치 않는다"
신경숙 "미시마 유키오, '금각사' 말곤 몰라"
이응준 "문단의 치욕…문인들은 침묵의 공범"

소설가 신경숙이 표절 의혹을 부인했다.

신경숙은 자신의 1996년작 단편 '전설'이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憂國)'을 일부 표절했다는 의혹에 대해 "그 작품을 알지 못한다"며 선을 그었다.

이는 앞서 시인 겸 소설가 이응준이 지난 16일 모 인터넷 매체에 게재한 기고문을 통해 신경숙이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을 표절했다며 의혹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그는 신경숙의 작품을 '명박한 작품 절도행위'로 규정하고, 특히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는 동일 표현에 대해 "의식적으로 도용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튀어나올 수 없는 문학적 유전공학의 결과물"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신경숙은 문제가 된 '전설'의 출간사 창비를 통해 "미시마 유키오는 오래전 '금각사' 외엔 읽어본 적 없는 작가"라며 "이런 소란을 겪게 해 내 독자분들께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

이어 신경숙은 "풍파를 함께 해왔듯이 나를 믿어주시길 바랄 뿐"이라며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런 일은 작가에겐 상처만 남는 일이라 대응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창비는 신경숙이 신작 집필을 위해 몇 달 전부터 서울을 떠나 있어 연락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전했다.

또한 창비는 문학출판부 명의로 '전설'과 '우국' 두 작품의 유사성은 거의 없다면서 "일상적 소재인데다가 작품 전체를 좌우할 독창적인 묘사도 아니다"라고 표절 의혹에 대해 반박했다.

창비 측은 "인용 장면들은 두 작품 공히 전체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며 "해당 장면의 몇몇 문장에서 유사성이 있더라도 이를 근거로 표절 운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 출간 당시 번역을 맡은 김후란 시인은 "단순한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에는 해당 부분의 발상 자체가 미시마 유키오의 것과 너무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해당 부분이 서로 비슷한 것은 맞지만 나로서는 할 말이 없고, 각자 자기 양식에 따라 판단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이미 20여 년 전에 번역한 글이고, 번역자는 작가와 큰 관계가 없는 만큼 문제에 개입하고 싶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응준은 17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문단이 치욕스럽다"며 "문학의 진정성을 향해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쓴 글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문인들은 '침묵의 공범'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며 "신경숙의 표절에 대한 한국문단의 '뻔렷?시치미'와 '작당하는 은폐'는 그 이후 한국문단이 여러 표절사건들에 대한 단호한 처벌을 내리지 않는 악행을 고질화, 체질화시킴으로써 한국문학의 참담한 타락을 가져오게 됐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한편 '금각사', '가면이 고백' 등 탐미주의 작품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는 미시마 유키오는 1970년 자위대의 궐기를 외치며 할복자살해 일본 사회에 충격을 안긴 바 있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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