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의 품질경영 결실…현대·기아차 신차품질, 독일·일본 제쳤다

입력 2015-06-18 19:07  

美 JD파워 2015년 평가
기아차 2위·현대차 4위 올라
벤츠·아우디·도요타 따돌려

정몽구 회장, 중국 시장 점검
23일 충칭 5공장 기공식 참석



[ 강현우 기자 ] 1990년대 말까지만 하더라도 현대·기아자동차는 품질 문제로 미국 코미디언들의 농담 소재가 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10여년이 지난 요즘 미국의 자동차 전문지들은 ‘학생이 갑자기 선생님이 됐다(카&드라이버)’, ‘사람이 개를 물었다(오토모티브뉴스)’ 등의 표현을 빌려 현대·기아차의 품질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좋아졌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독일·일본차 제치고 ‘최고 품질’ 평가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자동차 시장조사업체로 꼽히는 JD파워가 18일 발표한 ‘2015 신차품질 평가’에서도 현대·기아차는 독일과 일본의 라이벌들을 제치고 최상위권에 올랐다. 33개 전체 브랜드 가운데 기아차가 2위, 현대차가 4위를 차지했다.

올해 JD파워의 신차품질지수 조사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새 차를 사서 90일 이상 보유한 2만2697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8개 부문 233개의 질문을 통해 자동차 100대당 몇 개의 불만이 나오는지를 점수화하는 조사다. 점수가 낮을수록 품질이 좋다는 뜻이다.

기아차는 지난해 106점을 받아 전체 7위였고 올해 조사에서 20점 높아진 86점을 받았다. 현대차는 지난해 94점에서 올해 95점으로 1점 내려갔지만 같은 순위를 유지했다. 포르쉐가 80점으로 1위, 재규어가 93점으로 3위에 올랐다.

현대·기아차는 BMW(99점·6위) 메르세데스벤츠(111점·15위) 아우디(115점·16위) 등 독일 고급차 브랜드들보다 좋은 점수를 받았다. 인피니티(97점·5위) 렉서스(104점·9위) 도요타(104점·10위) 등 일본 업체들이 모두 현대·기아차 아래로 내려간 건 올해가 처음이다.

르네 스티븐스 JD파워 부사장은 “현대·기아차는 최근 높은 품질과 세련된 디자인의 신차를 지속적으로 내놓으면서 순위가 급격하게 올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품질 안정화에서 고급화로”

2000년만 해도 기아차는 이 조사에서 37개 브랜드 가운데 37위, 현대차는 34위였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사진)이 ‘품질 경영’을 강조하면서 10여년 사이에 최상위권으로 올라왔다. 정 회장은 1999년 취임 이후 해외 시장을 돌아보며 품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생산·영업·애프터서비스 등 부문별로 나누어져 있던 품질 관련 기능을 묶어 품질총괄본부를 만들었고 품질, 연구개발, 생산담당 임원들과 매달 회의를 열었다. 그는 “품질은 제품의 근본적인 경쟁력인 동시에 기업의 자존심이자 존재 이유”라며 “품질만큼은 무엇과도 타협할 수 없다는 각오를 항상 마음속에 새겨달라”고 임직원들에게 틈날 때마다 당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최근 품질 순위가 급상승한 것은 정 회장이 2011년부터 제시한 ‘품질 고급화 전략’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결함을 줄이는 ‘품질 안정화’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글로벌 브랜드가 되자는 전략이다. 현대·기아차는 신차 개발 기준을 강화하고 협력사와 함께 품질을 검증하는 ‘품질 클러스터’를 구축했다.

한편 정 회장은 오는 23일 중국 충칭에서 열리는 5공장 기공식에 참가할 예정이다. 충칭은 현대·기아차의 중국 중서부 공략의 거점이다. 지난 4월 착공한 현대차 허베이 4공장과 충칭 5공장, 기아차 기존 공장 증산 등이 마무리되는 2017년이면 현대·기아차는 연 270만대 이상의 현지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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