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양국은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가장 불편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비슷한 때에 정권을 잡은 양국 지도자는 3년이 지나도록 정상회담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한국은 과거사 반성과 사죄라는 명분론에 사로잡혀 어떤 대화 제의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일본 또한 외교청서에 자유 민주주의 등 기본적 가치를 한국과 공유하고 있다는 그동안의 표현을 삭제할 만큼 감정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에 대한 한국의 의존도가 크게 줄었기 때문에 한·일 양국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갈등관계만 노정시킬 것이라는 일각의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경제 분야에서만큼은 협력이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50년 동안 확대된 인적 물적 교류는 쉽게 허물어질 수 없을 만큼 단단한 것이다. 주한 일본기업 모임인 서울저팬클럽의 회원 수만 417개(지난해 말)로 1년 만에 16% 늘었다. 주일 한국기업 모임 역시 회원사가 253개나 된다. 중저가 의류판매기업인 유니클로는 한국 점포 수가 150개가 넘는, 가장 사랑받는 기업이다. 진로소주는 일본에서 부동의 1위다.
무엇보다 한·일 기업들은 이제 수직적 분업 관계에서 벗어나 서로 경쟁하면서 협력하는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 미쓰비시중공업과 두산중공업이 공동수주해 베트남에서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고 GS건설과 이토추상사가 협력해 터키 정유공장 사업을 따냈다. SK하이닉스는 일본 도시바와 손잡고 차세대 반도체 제조공정을 개발하고 있다. IT나 의료기기 등 첨단분야에서 이런 분위기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정치가 아무리 한·일 관계를 혼란에 빠뜨려도 경제는 시장의 논리대로 흘러간다. 그게 바로 시장의 힘이다.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상생의 관계는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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