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에 파묻힌 해운업계…공급 과잉에 컨테이너선 운임 사상최저

입력 2015-06-21 21:33  

산업리포트

유럽선사들 수송비용 줄이려 대형선박 확충
불황에 물동량 감소…유럽행 운임 올해 83% 하락
1분기 흑자 한진해운·현대상선, 다시 실적악화 우려



[ 김보라 기자 ] 세계 컨테이너선 운임지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해운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통상 2, 3분기는 해운업계의 연중 최고 성수기지만 선박 공급 과잉으로 운임료가 바닥을 기는 데다 국제유가마저 오르고 있어 수익성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국내 해운업계 1, 2위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올 1분기에 나란히 흑자(영업이익 기준)를 내며 불황 탈출을 시도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반짝 호황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운임 사상 최저… “운항할수록 손해”

지난 19일 상하이해운거래소의 컨테이너운임종합지수(SCFI)는 1TEU(20피트 컨테이너)당 사상 최저인 556.72달러로 떨어졌다. 지난해 평균 운임(1069달러)의 절반 수준으로 올 들어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아시아~유럽 노선의 하락 폭이 크다. 이 노선을 오가는 컨테이너선 평균 운임은 지난 19일 1TEU당 205달러로 1주일 전보다 15%가량 떨어졌다. 올초와 비교하면 83%나 급락했다. 6개월 전만 해도 같은 크기의 컨테이너 하나를 실어나를 때 약 1200달러를 받을 수 있었다.

연초 1400달러를 웃돌던 아시아~지중해 노선 운임도 최근 1주일간 12% 하락하는 등 274달러까지 주저앉았다. 아시아 근해항로 운임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해운업계에선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해운 항로의 손익분기점을 1TEU당 800달러로 보고 있다. 하지만 올 들어 24주 동안 단 9주만 800달러를 넘겼을 뿐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장에서 체감하는 해상 운임 수준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낮다”며 “두 달 새 유럽 노선은 800달러에서 200달러대로, 미주 노선은 4000달러대에서 3000달러대로 추락했다”고 말했다.

머스크 등 대형선사가 운임 하락 주도

해상 운임이 급락한 가장 큰 이유는 선박 공급 과잉이다. 머스크와 MSC, CMA-CGM 등 유럽 대형 선사들은 초대형 선박을 앞세워 가격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전 세계 항로에 투입된 1만TEU급 이상 초대형 선박은 현재 총 63척으로, 화물 적재량 기준으로 작년보다 10%가량 늘었다.

해운사들이 운임이 떨어지자 수송비용 절감을 위해 대형 선박을 투입하고 이에 따라 운임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선박은 넘쳐나지만 컨테이너 물동량은 그리스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 중국의 저성장 여파로 줄어드는 추세다. 올 1분기 아시아~유럽 항로의 물동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 감소했다.

수요가 늘지 않으면 공급이 줄어야 하지만 공급은 큰 변화가 없다. 세계 대형 해운사들은 ‘해운동맹’을 맺고 있어 한번 운항을 포기하면 재진입이 어렵기 때문에 운임을 낮춰서라도 운항을 계속하고 있다.

이 같은 공급 과잉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프랑스 해운전문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앞으로 6개월 내 아시아~유럽 노선에만 총 25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추가 투입될 예정이다. 머스크와 CMA-GGM, OOCL은 최근 2만TEU급 선박을 각각 11척, 3척, 6척 발주했다.

선사들은 이달 말을 마지막 고비로 보고 있다. 보통 3개월마다 이뤄지는 운임 협상을 앞두고 선사들이 운임을 인상할지가 국내 해운업계 수익성에 핵심 변수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당장 운임이 폭락한 유럽 노선보다 비교적 수익성이 좋은 미주 노선에 집중하는 등 탄력적 운영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성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원자재를 실어나르는 벌크선 시황이 좋지 않아 국내 해운사들이 지난 1~2년간 컨테이너선 비중을 높여놓은 상황”이라며 “유가 하락에 따른 원가 절감 효과가 하반기에도 지속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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