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는 베트남의 하롱베이나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처럼 유명 관광지조차 경험해보지 못한 내겐 생소한 나라였다. 사실 라오스로 여행을 떠나기 전 내 상황은 최악이었다. 은행 결산을 앞두고 있어 일은 산더미처럼 쌓였고 편두통까지 몰려와 도저히 여행을 떠날 처지가 아니었다. 두통을 지그시 누르며 비엔티안에 내렸을 때 창 너머로 코발트빛 하늘이 보였다. 불볕 같은 햇살을 받으며 사원으로 들어서는 순간,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라오스의 산하와 메콩캉의 석양을 보면서 내 마음은 조금씩 풀어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엇에 쫓겨 살아왔을까. 지속적으로 괴롭히던 두통도 어느새 멀리 사라졌다. 루앙프라방 푸씨 언덕에서 바라본 노을은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바라본 피렌체보다 장엄했고 울림이 컸다. 새벽녘 스님들의 탁밧(탁발)행렬 속에서 그동안 잊고 살았던 나눔의 소중함도 깨달았다. 카약을 타고 메콩강을 내려올 땐 내 안의 자아가 허물어지면서 이유 없이 눈물이 났다.
이문성(은행원·경기도 고양시 행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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