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이재용 대국민사과' 그룹 책임 신호탄…과제는 '삼성의 진정성'

입력 2015-06-23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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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직접 대국민 사과 왜?
메르스-엘리엇 등 잇따른 여론 악화 정면돌파
'그룹 리더' 책임 및 역할 인정…'삼성 진정성' 알릴 필요



[ 김민성 기자 ] 대외적으로 조용한 행보를 이어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대국민 사과에 나선 이유는 뭘까.

삼성서울병원 발(發) 확산 사태가 국가적으로도 매우 엄중한 사안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점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최근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 직을 물려받아 명실공히 삼성의 실질적 리더로 올라선 이 부회장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자책감도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외 그룹 전반에 통합적 관리 책임을 지는 리더로서 사과에 나섰다는 점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삼성그룹의 전 영역을 관장하는 리더로서 포괄적 책임을 인정하고, 그 역할이 미숙했다는 점을 사과하는 성격의 자리였기 때문이다. 이번 삼성서울병원 메르스 사태가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전반의 경영에 직접 관여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23일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직접 대국민 사과에 대해 "현재 메르?사태가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갑작스레 예정에 없던 특별 기자회견을 자청한 이유도 최근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확신의 진원지로 지목되면서 사회적 불안을 가중시킨데 대해 병원뿐만 아니라 삼성을 대표해 직접 국민 앞에 사과해야한다는 이 부회장의 개인적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잇는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나서 삼성 관련 메르스 확산 사태에 대해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현 상황을 타계할 수 있다는 삼성 수뇌부 의견도 설득력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을 두고 사회적 논란이 커지는 상황도 이 부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선 또 다른 배경으로 꼽힌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 등 합병 반대 세력이 합병을 시너지 창출이 아닌 이 부회장의 지배력 승계에 목적을 두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삼성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악화하는 상황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삼성물산 삼성증권 등 삼성 측은 합병이 장기적으로 주주와 시장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 부회장 중심의 지배구조 재편 작업이 잇따라 현실화하면서 합병의 시장 이익 논리만 강조하는 삼성을 향한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결국 이날 이 부회장이 극도로 몸을 낮춰 수차례 사죄한 이유도 최근 일련의 사회적 논란 속에 가려진 '삼성의 진정성'을 반드시 알려야한다는 명분이 컸다. 이 부회장은 이날 수많은 취재진 앞에 두 차례 고개를 숙?사과한 데 이어 현장 의료진의 노력을 언급하는 대목에서는 매인 목으로 눈물도 글썽였다.

이례적으로 입원 중인 이 회장에 대한 언급도 했다. "저의 아버님께서도 1년 넘게 병원에 누워 계신다"며 "환자 분들과 가족 분들께서 겪으신 불안과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 뒤 다시 고개를 떨궜다. 지난해 이 회장의 입원 이후 이 부회장이 공식적으로 아버지에 대해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삼성서울병원 현장 의료진의 메르스 방지 노력에 대해서는 국민의 넓은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 "말씀 드리기 송구스럽지만 의료진은 벌써 한 달 이상 밤낮 없이 치료와 간호에 헌신하고 있다"고 운을 뗀 이 부회장이 "이 분들에게 격려와 성원을 부탁 드린다"고 말하는 순간 매인 목으로 울먹이기도 했다.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다.

메르스 사태 종식을 바라는 삼성의 진정성과 책임있는 기업인으로서의 이 부회장의 모습이 부각되는 대목이었다. 이 부회장이 그룹의 실질적 리더로 올라선 뒤 처음 가진 공식 기자회견이 대국민사과 석상이라는 점에서도 직접 사과의 무게감은 남달랐다.

그만큼 이 부회장이나 삼성그룹 관계자 입장에서도 부담이 큰 자리였다. 자칫 사과의 진정성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삼성이 더 큰 여론 역풍 앞에 놓일 수도 있는 탓이었다.

약 20여분 간의 기자 회견이 끝난 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진정성이 국민께 잘 전달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귀띔했다.

이 부회장?평소 언론 접촉을 꺼릴 뿐 아니라 권위의식와 격식을 중시하지 않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최근 가끔 조우한 기자들이 경영 이슈 등을 묻더라도 "식사는 하셨어요?", "날씨가 좋네요" 등 일상적 인사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1일 아버지 이 회장이 맡던 삼성생명공익재단 및 삼성문화재단의 이사장직을 한꺼번에 물려받은 뒤 처음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던 제25회 호암상시상식에서도 취재진을 피해 행사장에 입장했을 정도였다. 행사장 로비로 들어올 경우 이목을 집중시켜 정작 주인공인 수상자들에게 피해를 줄 것을 우려했다. 당시 수상자를 격려했을 뿐 직접 시상이나 별도 공식 인사말도 하지 않을만큼 직접적 언사를 피하는 '조용한 행보'를 이어왔다.

김민성 한경닷컴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
사진=변성현 기자 byun8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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