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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인용한 두 문장은 유명 문인의 작품, 뒤의 인용문은 인기 개그맨들의 풍자코너에 나오는 말이다. 30~40년 전에는 ‘도진 개진’이었던 것이 ‘도찐 개찐’으로 바뀐 걸까. 쓰임새로 봐서 뜻은 대충 알겠는데 어디에서 유래된 말일까. 표준어법으로는 뭐가 맞을까.
국립국어원은 그동안 ‘도 긴 개 긴’만 표준어로 인정했다. 이 말은 원래 윷놀이에서 나온것이다. 도개걸윷모의 다섯 말 가운데 도 긴(한 끗 차이), 개 긴(두 끗 차이)을 일컫는다. 긴은 남의 말을 쫓아 잡을 수 있는 거리를 뜻하니 한 칸인 도나 두 칸인 개의 거리는 별 차이 없다는 얘기다.
그저께 국립국어원은 ‘표준국어대사전 2015년 2분기 수정’을 통해 ‘도찐개찐’을 ‘도긴개긴’으로 순화해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나마 기계적인 띄어쓰기는 어색하므로 붙여써도 무방하다고 했다. 그러면 ‘진’과 ‘찐’은 어디어 왔을까. 충청도 사투리에서 온 것이라고 한다. ‘긴’이 입말 ‘진’으로 바뀌고 된소리 ‘찐’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된소리(ㄲㄸㅃㅆㅉ)나 거센소리(ㅋㅌㅍㅊ)가 예사소리보다 언중(言衆)의 입맛에 더 달라붙는다. 우리 입말에 맞는 것은 사실 ‘도찐개찐’이다.
우리말 ‘칸’과 한자 ‘간’도 비슷하다. 세 칸의 띠집이 곧 초가삼간(草家三間)이다. ‘칸’은 공간의 구획이나 넓이를 나타내는 말로 한자어 ‘간’에서 왔다. 그러나 ‘칸막이, 빈칸, 방 한 칸’ 등 모두가 쓰는 ‘칸’이 표준어가 됐다. 그런 점에서 보면 많은 사람이 쓰는 ‘도찐개찐’을 애써 막을 필요가 있을까 싶다. 짜장과 짬뽕을 ‘자장’과 ‘잠봉’으로 발음하면 웃음보만 터진다.
다중이 즐겨 쓰는 게 살아있는 언어다. 우렁쉥이보다 멍게, 선두리보다 물방개를 더 많이 사용함으로써 표준어가 되지 않았던가. 부정어에만 한정했던 ‘너무’를 두루 쓰도록 허용한 마당에 도찐개찐을 금하는 건 아무래도 좀 옹색하다. 맞춤법을 고침으로써 사람들의 언어습관을 바꾸겠다는 것은 선후가 뒤바뀐 것일 수도 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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