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밖 가족간 감염 사례도
[ 고은이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 발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가 나오는 등 ‘3차 유행’의 불씨도 아직 꺼지지 않았다. 가족 간 감염 사례도 새롭게 확인되면서 자가 격리 가이드라인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중앙메르스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추가 확진자는 3명으로 며칠째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환자의 감염 경로를 살펴보면 안심할 수만은 없다. 이날 새롭게 확진된 174번 환자(75)는 4일, 8일, 9일에 삼성서울병원에 내원한 환자다. 그동안 삼성서울병원 확진자는 14번 환자(35)가 지난달 27~29일 이 병원 응급실에 방문했을 때 접촉한 환자들이거나 메르스 확진환자를 치료하던 의료진이지만 이 환자는 두 경우 모두에 해당하지 않는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다른 환자가 확진 전 외래 진료를 받는 과정에서 노출된 것으로 보고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이송요원(55·137번 환자)과의 접촉 가능성은 일단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의 설명이 맞다 ?14번 환자도, 137번 환자도 아닌 또 다른 환자가 이달 초 삼성서울병원에 바이러스를 전파했다는 뜻이 된다.
또 다른 신규 확진자인 175번 환자(74)는 가족 간 감염이 의심된다. 이 환자는 지난달 23~29일 평택굿모닝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같은 기간 이 병원에서 자신을 간병한 부인(67·118번 환자)은 메르스에 감염돼 13일 사망했다. 보건당국은 최대 잠복기(14일)를 고려할 때 175번 환자는 부인에게 감염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175번 환자는 사망한 118번 환자가 격리되기 전까지 함께 생활했고, 118번 환자는 격리 전 증상이 있었기 때문에 가족 간 감염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첫 병원 외 감염 사례다.
정부가 지정한 ‘국민안심병원’에서도 메르스 환자가 격리되지 않은 채 입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173번 환자(70)는 5일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던 환자의 요양보호사로, 같은 시간 응급실에 있었던 76번 환자에게 감염됐다. 하지만 당국은 요양보호사의 응급실 방문을 확인하지 못해 자가 격리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이 보호사는 국민안심병원인 강동성심병원을 비롯한 의료기관 네 곳을 거친 후에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보건당국은 강동성심병원의 외래·입원 병동을 폐쇄하고 국민안심병원에서 제외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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