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22조원 규모의 서민금융 지원 방안을 내놓은 다음날인 24일 점심 때 만난 담당 공무원의 얼굴엔 ‘해냈다’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함께 점심을 하며 ‘정부의 시장 개입이 과도한 것 같다’고 지적하자 그는 섭섭함을 내비쳤다.
“신용대출시장을 한번 보세요. 연 2~3% 금리로 은행에서 대출받는 이들과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에서 연 20~30% 고금리로 돈을 빌릴 수밖에 없는 이들로 양극화돼 있잖아요.”
은행들은 신용등급 1~4등급에만 영업을 집중하고, 저축은행은 담보가 없으면 대부업체와 별 차이 없는 고금리를 물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서민들도 낮은 금리에 생계·창업자금을 빌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뭐가 나쁘냐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가 햇살론, 새희망홀씨, 미소금융, 바꿔드림론 등을 처음 내놓은 게 2011년인데 시장에서 이를 대체할 만한 상품이 없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은행과 저축은행이 그동안 저신용자 대출 운용에 대한 노하우를 쌓았다면 이들을 겨냥한 중금리 대출이 나왔을 텐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한참을 듣고 보니 의문이 榕駭? ‘시장 실패를 빙자한 잇따른 정부 개입이 금융회사의 게으름을 부추기고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비판이 끊이지 않는 마당이다.
햇살론, 바꿔드림론만해도 국민행복기금 등이 100% 대출을 보증하는 상품이다. 연체율이 올라가도 금융회사는 피해를 보지 않는다. 은행에서 이뤄지는 새희망홀씨 대출은 6등급 이하의 저신용자에게 최저 연 5.22%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상품이라 높은 부실률 등을 감안할 때 수익을 내기 어렵다. 압력에 밀려 시늉만 낼 뿐 확대할 유인은 전혀 없다는 의미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때는 언제나 ‘시장 실패’를 내세운다. 하지만 정부가 서민금융 보따리를 풀면서 중금리 대출상품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취지라고 말하는 것은 아무래도 지나치다. 서민층 대상의 중금리 시장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과도한 정책금융이 시장가격(대출금리)을 왜곡하면서 금융회사들이 시장에 뛰어들 만한 유인을 없앴기 때문은 아닌지 돌아봤으면 한다.
박동휘 금융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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