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수영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24일 “헌법 수호 의무를 지닌 대통령 입장에서는 위헌성이 있는 법안을 받을 수 없다”며 “해당 법안을 다시 국회로 보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위헌 논란이 불거진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거부권)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 중재로 여야가 시행령 등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수정·변경 ‘요구’를 ‘요청’으로 바꿔 국회법 개정안이 넘어왔지만, 정부의 행정입법권과 사법부의 명령·규칙 심사권을 침해하는 등 위헌성이 제거되지 않았다는 게 청와대의 시각이다.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공은 또다시 새누리당으로 넘어온다. 새누리당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세 가지다. 국회 본회의를 열어 재의에 부쳐 통과시키는 것, 본회의를 열되 부결시키는 것, 아니면 본회의를 열지 않고 자동 폐기 수순을 밟는 것이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본회의를 열지 않고 개정안을 자동 폐기하자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160석으로 원내 과반을 점한 새누리당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의결정족수를 갖추지 못해 법안 상정권한을 가진 정 의장이 상정해도 본회의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한 수도권 중진의원은 “대통령으로서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개정안이 돌아온다 해도 재의 절차를 밟기보다는 그대로 폐기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본회의 상정 여부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때는 이의서가 따라오는데, 그 이의서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재의결이 불가피하다던 기존 입장에서 다소 유연해진 것이다.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대야 협상 책임자였던 유승민 원내대표는 리더십에 상처를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 당 안팎의 분위기다. 일부 친박근혜(친박)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비토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계파별 의원들과 청와대 사이에서 중재 노력을 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은 지난 23일 만나 국회법 개정안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박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며 청와대와 여당에 대한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지도부는 이 날 대책회의를 열고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25일 본회의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관련 법안 처리에만 협조하고 나머지 법안 처리에는 응하지 않기로 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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